인간 이외 동물은 통증을 느끼느냐는 의문은 동물 실험이나 가축 등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도 관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든지 낙지에는 통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새로 왕립 학회 B 회보(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게재된 논문에선 곤충이 통증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런던대학퀸메리와 테헤란대학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표된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곤충이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설에 의심을 표하고 있다. 곤충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설에선 중추신경계가 포유류 등에 비해 세련되지 않기 때문에 몸이 부상당해도 통증을 뇌가 처리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부 곤충은 몸 일부에 자극을 주면 전신을 구부려 통증에 반응하는 것 같은 행동을 보이지만 이 반응이 뇌를 통한 것인지 아니면 뇌를 통하지 않는 반사적 행동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논문에서 연구팀은 통증에 대해 곤충이 어떻게 반응하는지가 아니라 통증에 대해 곤충이 반응하지 않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곤충을 비롯한 다양한 동물에서 신체 조직이 손상되거나 화학적 자극에 노출되면 감각 뉴런을 통해 자극이 전기 신호로 변환되어 이런 신호에 반응해 다양한 반응과 통증을 유발한다. 이는 침해 수용이라고 불리는 프로세스로 통증을 느끼는 것으로 손상 부위를 보호하거나 추가 손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강한 통증이 발생하면 침해 수용이 억제되어 반대로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를 당한 사람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자신의 부상을 깨닫지 않거나 위험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숨 쉬는 순간 통증을 느끼거가 하는 건 뇌에서 진통 작용이 있는 화학물질이 생성되어 통증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곤충은 인간 통증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연구팀은 곤충이 외상을 입을 때 생산되는 통증 억제 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신경 펩타이드(neuropeptide)를 확인했다. 곤충은 평소 통증을 느끼고 있지만 특정 장면에선 이 신경 펩타이드를 생산해 통증을 억제하고 통증을 느끼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연구팀은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사마귀 수컷은 짝짓기 이후 암컷에서 먹힐 수 있지만 이때 수컷이 격렬하게 저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마귀에는 통각이 없기 때문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사마귀 수컷이 저항하지 않는 건 통증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교미 후 생산된 신경 펩타이드에 의해 통증이 억제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는 곤충이 특정 상황에서 다른 행동 요구를 우선시하고 침해 수용으로 인한 행동을 줄일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곤충 뇌에서 뇌가 통증을 제어하고 있다는 걸 나타내며 곤충이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