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은 수백만 년에 걸쳐 비교적 외계에서 고립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런데 최근 인간이 남극에 진출하면서 함께 침투한 외래종이 기존 생태계를 위협할 위험이 있다고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자가 해설해 눈길을 끈다.
파괴를 막는 가장 단순한 수단은 외래종이 들어오는 걸 막는 것이며 오랫동안 인간에 의한 이식이 이뤄지지 않았던 남극은 독자 생태계를 유지해왔다. 또 남극 대륙 주변 해역에선 남극 환류가 존재하고 있어 물개나 고래, 철새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해양 생물이 남극 대륙에 도달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
이런 자연 장벽은 수백만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인간이 탄 선박이 남극이나 해안까지 도달하는 게 가능하고 배와 함께 운반되어 온 외래종이 남극에 침입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뉴질랜드 남극 연안섬(New Zealand Sub-Antarctic Islands)에서 표류하는 종이 남극에 도달하는데 최대 3년 걸리지만 선박이라면 이곳에서 불과 며칠 만에 남극으로 가는 게 가능하다.
연구자는 남극 대륙을 방문하는 배 선체에 서식하는 외래종을 조사하고 배가 지나가는 루트에 대해 조사했다. 이 조사에선 남극을 방문하는 배에는 홍합, 게, 단각류, 외항 동물, 해조 등이 서식하고 있어 선체 청소는 몇 년에 1번 밖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외래종이 남극 대륙에 침입할 가능서은 충분히 있다는 것.
또 2014-2018년 남극을 방문한 배 루트를 보면 배는 전 세계 각지 항구를 경유하고 있어 다양한 외래종이 남극에 침입할 위험이 있다. 연구자는 남극을 방문하는 대부분 배는 남미 칠레 푼타아레나스,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 호주 호바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등 5개 하만 도시를 경유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 밖에도 53개소 거점이 남극으로 향하는 출발항으로 기능한다고 밝히고 있다.
전 세계 각지 항구를 경유하는 배가 남극에 외래종을 반입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동물이나 조류가 달라붙기 어려운 특수 코팅을 선체에 실시하거나 선체 청소를 하거나 남극 해역에 들어가기 전에 선체를 청소했는지 여부를 검사하는 등 대책을 들 수 있다. 이런 대책은 물류에 관한 공정을 늘리는 셈이지만 이미 하와이, 갈라파고스 제도,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외래종 반입을 막기 위해 도입되고 있다.
남극을 방문하는 선박 수는 1960년대부터 최대 10배 증가해 매년 100-200척에 이르는 것으로 남극반도와 사우스셰틀랜드 제도 접근이 집중되어 있어 이들 지역이 가장 외래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남극 대륙에 방문하는 선박 내역은 관광이 67%, 연구 21%, 어업 7%, 물자 수송 5%, 기타 1%이며 대륙 모든 지역에 이른다.
연구자는 지금까지 인간 손에 의해 남극해에 반입된 외래종으로 홍합이나 게 등 5종류 비재래종을 특정하고 있다는 것. 홍합이나 게와 유사한 동물은 남극 대륙 주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홍합이 다른 외래종에게도 번영하기 쉬운 서식지를 확립하거나 게가 재래종을 먹어 버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이 장기적으로 남극 환경에서 살아남는지 실제로 어떤 영향을 생태계에 미치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한다.
연구자는 현시점에서 남극과 남극해는 지구상에서 가장 침략되지 않은 해양 지역이며 대륙 규모로 침략적인 종 위험을 관리, 경감할 수 있는 걸 실증하는 마지막 기회라고 밝혔다. 외래종 침입을 막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소중한 남극 생태계가 변화해버릴 것이라는 경고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