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인한 척수손상으로 하반신 불수가 된 남성 3명이 척수에 전극을 끼워 근육을 움직이기 위한 전기 자극을 보내는 방법으로 다시 걸을 수 있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피험자 3명 모두 전극을 묻는 수술을 받고 불과 몇 시간 만에 일어날 수 있게 된 데다 한 피험자는 옥외를 걷거나 서 있는 채로 식사하거나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취리히공대와 로잔대학병원 연구팀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제어되는 척수 임베디드 전기 자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에 사용되는 알고리즘은 인간 체내에서 생기는 전기 자극을 모방하도록 설계되어 척수에 직접 배치해 특정 근육군을 제어하는 뉴런을 조절한다는 것.
연구팀은 2018년 개발한 기기를 더 개선하고 완전한 운동 감각 마비를 앓던 사람을 대상으로 더 정밀한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은 길이 6cm로 지금까지보다 폭이나 길이가 커져 다리 근육 뿐 아니라 체간 근육까지 활성화하기 때문에 폭넓은 영역을 자극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
전기 자극을 제어하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는 건강한 사람 뇌에 의해 자연적으로 활성화되는 자극 패턴을 모방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환자가 휴대할 수 있는 미니 컴퓨터가 전극에 신호를 보내고 환자 움직임과 자극을 동기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환자는 수술 후 몇 시간 만에 걸을 수 있다.
2017년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또 다른 피험자는 이 디바이스를 척수에 내장한 환자 중 한 명이다. 사고 후 그는 척수가 완전히 손상됐고 치료 전 전혀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하반신 불수가 된 사실을 받아들이고 육체를 최상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수준에서 재활을 해왔다고 한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전극을 척수에 묻어서 보행기를 사용하면서 옥외에서 걷는 재활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재활은 연구자와 의료 관계자가 함께 하고 있다. 태블릿을 탭해 복부에 장착된 페이스 메이커와 같은 장치와 통신해 척수에 매입된 전극이 뉴런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게 가능하다. 이 피험자는 더 부드러운 보행을 목표로 하루 2시간 걷는 재활을 거듭한 결과 수술 4개월 뒤에는 1km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됐다.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에는 큰 이점이 있다. 선 채로 음식을 야외에서 하거나 친구와 시선을 맞추고 대화할 수도 있다. 다른 피험자도 자력으로 조금이지만 하반신 근육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기기 도움으로 수영하거나 자전거 페달을 잡거나 운동으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번 피험자는 모두 남성이었고 하반신 불수 1년 이상이 경과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연구에서 여성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 외에 회복 가능성이 더 높은 사고 직후 사람에게도 테스트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극에 신호를 보내는 컴퓨터를 더 소형화하고 환자에 내장해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2022년 중에는 컴퓨터 소형화에 성공할 전망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에서 피험자 40∼1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