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살아있는 것만으로 체모나 피부, 체액 등을 환경 중에 방출하고 있으며 이들을 채취해 DNA를 분석해 어느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덴마크와 영국 연구팀이 각각 독립적으로 공기 중으로부터 동물 DNA를 채취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다.
한때 생물학 연구에선 생물 다양성을 측정하거나 종 존재를 조사할 때 실제로 생물을 잡거나 설치한 카메라로 생물 모습을 촬영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환경 중 샘플을 채취해 eDNA를 분석해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종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
환경 DNA 분석에서 가장 일반적인 샘플 수집 방법은 멤브레인을 이용해 강과 바다 같은 물을 여과해 생물 DNA를 포함한 조직과 대변 샘플을 수집하는 방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학 글로브연구소 측은 호수, 바다와 마찬가지로 공기도 다양한 동물을 둘러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공기로부터 환경 DNA를 채취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 결과 진공청소기와 유사한 기계로 공기를 흡입하면서 도중에 필터를 설치해 공기 중 환경 DNA를 채취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연구팀은 실제로 장비를 갖고 코펜하겐 동물원에 가서 실내 사육장, 옥외 사육장, 새와 하충류, 삼마누 등이 사육되는 열대우림관 등에서 공기 중 샘플을 채취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내에서 샘플이 오염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청소하고 출입도 제한한 뒤 수집한 샘플을 가져와 분석을 실시했다. 그러자 49종류 동물 DNA가 확인됐다. 포유류가 30종, 조류가 13종, 어류가 4종, 양서류 1종, 벌레류 1종이다. 이 가운데 38종은 동물원에서 사육되고 있으며 3종은 동물에게 먹이로 제공하던 것이다. 그 밖에도 동물원 주위에 서식하고 있는 야생동물 DNA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같은 시기 공기 중 샘플로부터 환경 DNA를 채취하는 시도를 영국이나 캐나다 연구팀도 진행했다. 요크대학 연구팀은 2021년 3월 공기 중 환경 DNA 채취 개념 실증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개념 실증에 성공한 뒤 연구팀은 영국 해머턴 동물원에서 샘플을 채취해 환경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물원에서 사육하던 종 뿐 아니라 영국에선 개체수가 감소해 문제시되던 비사육종 DNA도 확인됐다고 한다.
또 연구팀은 동물 DNA가 사육 장소에서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샘플에도 포함되어 있는지, 건물 내에서 사육되는 동물 DNA가 건물 밖에서도 확인하고 동물 기반 먹이에 포함된 DNA도 샘플 중에 존재했다고 보고했다.
공기 중 환경 DNA를 수집하는 기술은 넓은 환경에서 육상 생물 다양성을 평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장점도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연구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며 바람이나 태양광 등이 정밀도에 미치는 영향 등은 불분명하다는 걸 연구팀도 인정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