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초신성 폭발의 로제타스톤

6,000만 광년 떨어진 우주 속 어둠을 비춘 초신성 폭발을 여러 망원경이 파악했다. 죽어가는 별 모습을 이렇게 극명하게 더구나 실시간으로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초신성 폭발에 주어진 이름은 SN 2020fqv. 폭발 직전부터 과학자에게 알려져 있었지만 2020년 4월 아무런 접촉도 없이 폭발했다. 이를 지구에서 우연히 보고 있던 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위치한 팔로마 천문대 광학 관측 장치 ZTF(Zwicky Transient Facility). 또 우주에서 보고 있던 건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TESS다. 다른 천문대도 잇달아 관측에 참가해 최종적으론 허블우주망원경을 포함한 복수 망원경이 지상과 우주에서 SN 2020fqv 최후를 관측했다.

여러 관점에서 초신성 폭발 전과 폭발 자체 이후를 관측할 수 있었던 건 이게 처음이라고 한다. 가장 초기 단계부터 다각적인 관점에서 계속 잡힌 영상과 데이터는 초신성 폭발 과정에 대해 이해를 깊게 해주는데 중요해지고 있으며 초신성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항성 죽음을 지켜보고 사인에 대해 추측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만일 천문학자는 범죄 현장 수사관에 비유한다면 지금까지 초신성 폭발 조사에선 별이 죽은 뒤 현장으로 달려가 남겨진 증거에서 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추리할 수밖에 없었다. 한 연구자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SN 2020fqv는 지구에서 6,000만 광년 떨어져 있기 때문에 초신성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 건 지금으로부터 6,000만 년 전 일이다. 그러니까 진짜 의미에서 리얼타임은 아니지만 의미는 충분히 있다.

SN 2020fqv는 처녀자리 방면에 위치한 나비 날개처럼 합쳐진 2개 은하인 NGC 4567과 NGC 4568에 있다. 이런 은하는 융합하고 있는 상태로 하나가 될 것이다. ZTF와 TESS에 이어 허블우주망원경이 SN 2020fqv를 둘러싼 성주물질을 관측하기 시작한 건 폭발 시작 몇 시간 뒤였다. 이후 2020년 이 성주물질이 점점 얇아져는 모습을 극명하게 기록해 왔으며 초신성 폭발 후 변화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초신성 폭발 직후 밀도가 높은 성주물질은 짧은 시간 동안만 볼 수 있다. 따라서 드물게 관측할 수 있을 뿐이다. 평소라면 초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며칠이 지나 처음으로 관측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항성이 죽을 때 활발해지는 건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를 들어 앞으로 100만 년 이내에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베텔기우스도 그렇다. 다만 정확하게 언제 폭발할지 사전에 모르는 경우가 많고 조짐도 분명하지 않다. 이번 관측에 있어선 폭발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 폭발 후 몇 주간에 이르기까지 TESS가 30분 간격으로 SN 2020fqv 모습을 촬영했다. 허블우주망원경도 초신성 폭발이 시작된지 몇 시간 뒤부터 가동했다. 더구나 1990년에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 자료로 분석해 수십 년에 걸쳐 죽어가는 SN 2020fqv 모습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이런 대량 데이터로 뭘 알 수 있을까. 하나는 여러 천문학 기법을 이용해 항성 질량을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폭발 당시 SN 2020fqv 질량은 태양보다 14∼15배였다. 보다 정확한 질량을 파악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을 때 항성 물리적 조건이 더 분명해졌다.

또 이번 관측이 초신성 폭발의 로제타스톤이 될 수 있다고 표현한다. 로제타스톤과 같은 내용 문장이 3종류 문자로 새겨진 고대 이집트 비석이다. 지금까지 해독할 수 없던 수수께끼나 숨겨진 힌트를 밝히는 단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비유다.

이번 관측을 바탕으로 초신성 폭발 경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항성이 평소와는 다른 거동을 하기 시작해 이상해지고 이 단계에선 아직 숨겨진 징후에 더 주목하면 항성이 폭발하기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 이해하게 될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