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침식해가는 알츠하이머는 자신이 사라져 버리는 무서운 병이다. 원인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쌓여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또 이상인산화된 타우 단백질이 엉킴을 형성해 뇌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걸 억제하기 때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엉킴 등이 어떻게 뇌에 타격을 주는지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수수께끼를 풀 힌트가 될 만한 연구가 발표됐다.
영국과 독일, 미국 합동 연구팀이 사이언스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 환자 2명 뇌를 침식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내에 원래 안 되는 분자 구조를 갖춘 철과 구리를 발견한 것. 발견된 철과 구리는 모두 산화되지 않은 불안정한 상태에 있어 주위와 쉽게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한다. 이 철과 구리가 일으키는 화학 반응이 혹시 뇌 세포에 손상을 주고 있을지 모른다. 이는 앞으로 알츠하이머 진행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유망시되고 있다.
원래 철과 구리는 체내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원소로 효소를 형성하는 등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화합물을 형성하는 철과 구리는 모두 전자를 잃거나 획득하거나 다양한 산화 상태에 있다. 하지만 산화 상태에 따라 몸 세포를 손상, 화학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몸은 항상 철과 구리가 어떤 산화 상태에 있는지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선 아무래도 이 철과 구리 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 특징은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단백질 엉킴이 쌓이고 이 플라크도 내부에는 몸에 해로운 산화 상태 철이나 구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연구팀은 X선 화상화 기술을 이용해 중증 알츠하이머 사망자 2명 뇌에서 적출한 아밀로이드 플라크 화학 성분을 분석했다. 플라크 핵 부분에서 산화되지 않은 상태 금속 철과 구리를 발견한 것이다. 박테리아 균류 식물 종류에 따라선 이런 철과 구리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인간 세포 조직에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 이 발견에 따라 왜 아밀로이드 플라크나 엉킴이 이처럼 뇌 세포에 손상을 주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인간 체내에 있는 철과 구리는 대부분 산화된 상태로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한 금속 철과 구리는 이들과는 전혀 다른 화학적, 자기적 성질을 갖고 있어 반응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속 철과 구리 표면은 상당히 불안정해 주위와 쉽게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 화학 반응이 뇌 세포에 손상을 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번 발견이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지려면 다른 연구팀이 더 뒷받침을 할 후속 연구를 할 필요가 있으며 이 발견 자체에도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견된 금속 철과 구리가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만 존재하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원래 이 철과 구리가 어떻게 생성되고 어디에서 온 것인지조차 아직 모른다. 하지만 연구팀은 지금까지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플라크 자체가 철과 구리를 더 위험한 산화 상태로 변환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위험한 철과 구리에서 뇌 세포를 지키고 있을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한다. 철과 구리 관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도 연구를 진행해 뇌와 철과 구리에 대해 해명을 해 알츠하이머 뿐 아니라 파킨슨 등 다른 신경 질환 치료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물론 뇌 금속성 철과 구리를 타깃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플라크가 숨어 있는 미세한 철은 이론상 자기 공명 장치를 이용해 탐지할 수 있어야 하는 만큼 질병 진단과 진행을 모니터링하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