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한 해였다. 이런 와중에도 과학은 꾸준히 진전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과학자가 선정한 2020년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영국 가디언이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첫째는 민간 기업 첫 유인 우주선 발사 성공. 지난 5월 31일 엘론 머스크 CEO가 이끄는 미국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SpaceX)는 민간 기업으론 처음으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Crew Dragon) 발사에 성공했다.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크루 드래곤은 ISS와 도킹에 성공한 이후 같은 해 8월 2일 대기권에 돌입해 미국 플로리다 해안에 무사히 돌아왔다.
둘째는 단백질 구조 예측 해결. 모든 생명은 단백질로 이뤄져 있지만 이 단백질 3차 구조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아 지난 50년간 중요한 과제였다. 하지만 2020년 11월 구글 산하 인공지능 기업인 딥마인드(DeepMind)는 단백질이 어떻게 해서 3차원 구조를 취하고 있는지 예측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표했다. AI인 알파폴드(AlphaFold)는 심층학습 시스템을 이용해 17만 개 이상 단백질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학습하고 2020년 11월 열린 단백질 구조 예측 정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2.4점 평균을 내며 1위를 차지했다.
셋째는 새로운 유전자 변형 기술 발견.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 제니퍼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 교수가 DNA를 높은 정밀도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9) 개발로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크리스퍼는 DNA 이중 가닥을 분리하고 자유롭게 편집할 수 있는 기술로 이 발견으로 농작물에 대한 정확한 게놈 편집을 하거나 새로운 암 치료 개발 등을 실시할 수 있게 됐다.
넷째는 빈곤 감소와 환경 보호에 대한 약속. 빈곤 감소와 삼림 벌채는 21세기 중요한 과제라는 게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둘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7,000곳 이상 마을에서 현금지불제도인 가족 희망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에 주목하고 가계 살림이 펴면서 삼림벌채가 30% 줄어든 걸 밝혀냈다. 가난한 농촌 지역에선 삼림 벌채에 의해 공급되는 저렴한 제품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기적으로 현금을 얻어 가계 살림이 원활해지면 소비 대상이 시장에서 생산되는 환경 친화적 제품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다섯 번째는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제로인 넷제로(Net Zero)를 제정한다는 것. 2019년 영국 전 메이 총리는 2050년까지 영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실질적으로 제로로 한다는 공약을 법적으로 제정했다. 이후 중국 등이 속속 넷제로 목표를 선언했다. 현재 전 세계 GDP 중 절반이 넷제로를 내건 국가에 속하지만 제정한 배출권을 초과한 금액을 다른 국가와 거래하는 제조도 실질적 절감을 위한 노력이 정체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다.
6번째는 PTSD 치료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다. 어린 시절 받은 학대는 성인이 되어도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2020년 연구에선 어린 시절 학대 또는 바치된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충격을 기억할 때만 정신 건강이 악화된다는 게 발견됐다. 또 어린시절 학대를 기억, 성인 학대나 방치가 일어났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우울증과 불안, PTSD와 약물 남용 위험이 동일하게 상승하지만 20년 뒤 물었을 때 이 사실을 상기하지 않는 아이는 학대나 방치를 받은 적 없는 아이보다 정신 의학적 위험이 높은 건 없었다는 결과도 나와 있다.
7번째는 금성 대기에 생명 활동 흔적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2020년 9월 조사에선 금성 대기에 혐기성 미생물 활동을 통해 보인 가스 포스가 검출됐다고 보고됐다. 이 보고서는 2020년 11월 재분석을 통해 검출량이 10억분의 1 이하로 하향조정됐지만 원래 있을 수 없는 물질이 여기에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과학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8번째는 흑인 과학자 약진이다.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BLM(Black Lives Matter) 운동이 일어났다. 통계학 전문가인 칼 피어슨(Karl Pearson)이나 로널드 피셔(Ronald Aylmer Fisher) 등이 남긴 통계 데이터는 훌륭한 것이지만 이들은 우생학 사상을 갖고 있으며 이 견해에 의문을 가진 것이나 견해는 중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2020년은 조지 플로이드 죽음을 계기로 과학계를 포함한 전 세계가 더 인종 차별에 대해 자문하는 해가 됐다. 2020년 큰 사건으로 임페리얼칼리지런던 크리스토퍼 잭슨(CHRISTOPHER JACKSON) 교수가 1825년부터 계속된 영국왕립연구소 크리스마스 강의를 맡는 첫 흑인 과학자에 이름을 올렸다.
9번째는 배양육 진보다.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가 90억 명이 넘는 것올 알려져 있다. 이런 가운데 심각해지는 건 식량 문제. 곤충 음식이나 인공고기 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이미 미국 기업 임파서블푸드는 주로 밀과 코코넛에서 비롯된 식물성 소고기 햄버거 패티를 판매하고 있다. 또 2020년 12월 미국 식품 기업인 이트저스트(EatJust)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생산한 인공 닭고기가 싱가포르 식품청 심사를 통과, 일반 식당에 출시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0번째는 실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희망이다. 특정 금속이나 화합물 등을 극조언에 접근시키면 해당 물질의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 초전도 현상은 저손실 전력선과 리니어 모터카 발전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해줄 수 있다. 그런데 영하 13도 환경에서 발생시킬 수 없던 이 현상을 탄소와 수소, 유황 화합물을 이용해 15도 상온에서 발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물론 이를 실현하려면 해수면에서 대기압 260만 배에 해당하는 270기가파스칼이라는 압력이 필요하며 실용 가능하게 되려면 상당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중요한 과학적 성과인 건 분명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