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청소기는 보통 마이크를 탑재하고 있지 않지만 연구자들은 로봇청소기가 사용하는 레이저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로봇청소기가 있는 방에서 이뤄진 대화나 방송된 TV 프로그램 음성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소유자는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도청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로봇청소기는 빛을 이용한 원격 탐색 시스템이 라이더(LIDAR)를 이용하는 것도 있다. 메릴랜드대학과 싱가포르대학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라이더를 이용한 로봇청소기는 마이크를 탑재하지 않더라도 도청에 이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라이더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청소기는 방에 레이저를 조사해 반사되어 돌아온 신호를 감지한다. 이 신호에 의해 로봇청소기는 맵을 만들고 어디에 장애물이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다. 보통 로봇청소기가 이 때 만든 맵은 많은 경우 클라우드에 저장되기 때문에 정보 유출 위험이 있다는 건 지금까지도 지적되어 왔다. 이 정보에는 사용자 수익을 예측하는 집 크기와 기타 라이프스타일 관련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광고주 마케팅에 이용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그 밖에 음성 정보까지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라이더처럼 레이저를 이용한 도청은 새로운 게 아니다. 음파는 물체를 진동시키고 있지만 이 진동은 물체에서 반사되는 빛에도 조금 변화를 가져온다. 1940년대 스파이 활동에 이용되는 레이저 마이크는 이런 변화에서 음을 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이저 마이크는 유리창과 같은 부드러운 게 필요하다는 문제점이 남아 있었다.
한편 라이더의 경우 반사시키는 대상 모양과 밀도를 따지지 않는다. 로봇청소기가 수신하는 신호는 재현하는 음파 일부지만 일부 신호에서 음파 전체를 재현할 수 있는지 여부를 연구자들이 실험했다. 연구팀은 먼저 로봇청소기를 해킹해 레이저빔을 내는 위치를 제어한다. 그리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방해하지 않고 로봇청소기가 받은 데이터를 와이파이로 노트북에 전송하도록 했다.
연구팀은 컴퓨터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사람이 숫자를 계산하는 목소리와 TV 프로그램 음성 등 2가지에 대한 도청 실험을 실시했다. 방에 휴지통, 골판지, 상자, 음식 용기, 플라스틱 가방 등 다양한 아이템을 둔 상태에서 로봇청소기가 받은 신호를 인간 음성이나 TV 프로그램에 대해 학습한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결과 90% 정확도로 계산된 숫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는 것. 마찬가지로 90% 이상 정확도로 TV 프로그램도 특정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실험에서 사용한 시스템을 라이더폰(LidarPhone)으로 명명했다.
연구팀은 라이더가 스파이 행위에 이용되는 취약점 중 일례에 지나지 않는다며 스마트폰 얼굴 인식에 사용되는 적외선 센서 등 역시 비슷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