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면으로부터 빛이 거의 없거나 전혀 들어가지 않는 심해에서 서식하는 생물 중 상당수는 발광하는 빛을 만들어 먹이를 찾는다. 하지만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이 피부에 해당하는 거의 모든 빛을 흡수하는 정반대 생존 전략에 따라 진화한 물고기를 발견했다고 한다.
스미소니언자연사박물관 연구원인 카렌 오스본은 캐논 EOS 6D 마크II와 65mm 마이크로 렌즈에 플래시를 4개 달아 사진을 찍었다. 물고기는 어선에 의해 잡힌 것으로 심해이빨흑고기(Anoplogaster cornuta) 일종이다.
하지만 카메라 설정과 조명 조건을 바꿔가며 여러 번 촬영해도 온몸이 새까맣게 되어 버렸다고 한다. 대비를 조정해 이미지 전체에 하이패스 필터를 균일하게 적용해 결국 촬영에는 성공했다. 이 연구원은 이 물고기 피부는 빛을 흡수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고 듀크대학 생물학자 죈케 욘센(Sönke Johnsen) 교수와 협력해 물고기 피부가 빛을 흡수하는 비율을 측정했다. 그 결과 문제의 물고기는 피부에 닿는 빛 중 99.5% 이상을 흡수하는 걸 발견한 것.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물고기 표피보다 더 깊은 층에 있는 진피세포에 빛 흡수 색소 멜라닌을 내포한 멜라노솜이라는 세포 소기관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걸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 멜라노솜을 많이 포함한 피부가 심해에서 강력한 위장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심해이빨흑고기 속 물고기처럼 빛 대부분을 흡수하는 검은 물고기 16종을 확인한 결과 16종 중 가장 검은 물고기는 99.96% 빛을 흡수하는 물질인 벤타블랙과 같은 수준으로 까맣게 된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벤타블랙은 조밀한 상태 탄소조직에 빛을 가두지만 물고기는 멜라닌 색소로 빛을 흡수한다.
연구팀은 물건을 새까맣게 보이려면 빛 산란과 흡수 모두 필요하다며 보통 생물에 의한 빛 산란은 새의 깃털 등 키틴과 각질에 의해 만들어지고 빛 흡수는 이 기질에 포함된 멜라닌에 의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연구 대상이 된 물고기는 빛의 산란과 흡수 어느 쪽도 멜라노솜으로 실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8년에는 빛 99.95%를 흡수하고 새까맣게 보이는 날개를 가진 슈퍼블랙 버드 날개 구조가 해석되어 날개 기질 구조에 의해 빛이 산란하고 새까맣게 생성된다는 걸 발견한 바 있다. 연구팀은 망원경과 카메라 등 광학기기 내부 코팅에 이용되는 검은색 소재를 훨씬 더 저렴하고 쉽게 제조하는 방법에 응용하는 걸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