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로마 제국에는 전 세계 인구 30%가 살았고 시민은 풍부하고 선진적인 생활을 누리고 있었지만 서서히 쇠퇴해 마지막에는 멸망해버렸다. 글로벌 연계로 전례없이 발전하는 현대 문명도 지금까지 번영하다 멸망한 수많은 문명과 마찬가지 운명을 따르는 게 아닌지 혹은 핵전쟁이나 팬데믹으로 타격을 받은 현대 문명이 부흥할 가능성은 있을까.
로마 제국은 팍스로마나라고 불리는 번영과 안정을 가져온 시대를 낳았고 수도 로마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이 사는 대도시가 됐지만 정치적 혼란이나 외적 등에 의해 멸망해버렸다. 사실 모든 문명은 평균 340년 만에 막을 내린다고 한다. 문명이 붕괴되면 지식은 상실되고 생활 수준은 떨어지며 폭력이 늘어나 인구는 줄어든다.
예를 들어 로마 제국에선 상하수도가 깔리고 콘크리트 구조 건물이 쌓여 있었지만 유럽인은 수도망이나 콘크리트를 만드는 방법을 잊었다.
한편 현대인 생활은 고도의 산업 기술에 의해 지원되고 있으며 품종 개량에 의해 고수량이 된 작물이나 화학비료, 효율적 기계 등이 수십억 명을 먹여 살린다. 이렇게 글로벌화된 현대 문명은 어떤 의미에선 과거 문명보다 깨지기 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왜냐하면 산업기술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 인구 대부분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만일 붕괴가 너무 급격하고 파괴적이 되면 기술이 완전히 손실되어 원시 시대로 되돌아가 버릴 우려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여기까지 붕괴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문명 붕괴가 정기적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인구 10% 이상이 죽어가는 대재해가 일어난 적은 없다. 예를 들어 14세기 유럽과 중동을 덮친 흑사병으로 유럽인 3분의 1, 전 세계 인구 10분의 1 정도가 목숨을 잃었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론 유럽 사회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장기적인 유럽 발전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인구는 2세기 이내에 회복됐다. 그리고 유럽은 산업혁명을 맞아 크게 발전하게 된다.
인류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는 제2차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 투하다. 원자폭탄에 의해 히로시마에선 14만 명이 죽고 건물 90% 이상이 괴멸적 피해를 받았다. 하지만 이후 히로시마 인구는 10년 내에 회복되어 2022년 시점에는 인구 120만 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과거와 현대가 다른 점도 있다. 기술 발전에 의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력과 에볼라 바이러스 치사성을 겸한 바이러스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게 됐기 때문에 이들에 의한 유행이 발생하면 피해는 심각하다.
핵폭탄도 제2차세계대전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에 만일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생하면 핵겨울에 의해 최대 50억 명이 아사한다는 추정도 있다. 한편 기술 발전은 인류의 회복력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품종 개량에 의해 옥수수는 선대 야생종보다 10배나 커지고 토마토도 마찬가지다. 또 전 세계에는 10억 명에 달하는 농업 종사자가 있어 전 세계 인구가 8,000만 명까지 줄더라도 생존자는 농업 기술을 계승할 수 있다.
모든 게 그대로라고 할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기술 산업은 대륙을 넘어 상호 연결된 공급망이 필수이기 때문에 이들이 손실되면 유지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산업혁명이 농업혁명 이후 1만 2,000년 뒤에 발생한 걸 감안하면 대규모 붕괴 이후 산업기술을 되찾는 것도 길게 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현대 문명 붕괴 후 재출발한 인류에게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쉽게 채굴하고 이용할 수 있는 석탄은 말 그대로 산업혁명 원동력이 됐다. 현대에도 석탄은 화력 발전이나 난방에 사용되지만 만일 석탄을 다 써버리면 기후 변화가 가속될 뿐 아니라 다음 세대 인류가 석탄을 이용해 산업혁명을 다시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석탄은 보험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부흥에 필요한 지식도 다음 세대에 남겨두는 게 가능하다. 데이터센터 하드디스크에 보존된 데이터 등은 문명의 위기와 함께 액세스할 수 없게 되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전 세계 각지에는 260만 개에 이르는 도서관에 보관된 지식 대부분은 대재해에서도 살아남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또 생존자는 이전 문명 기기를 리버스엔지니어링하고 기술 일부를 되찾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인류는 놀라운 회복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멸망하는 지구 규모 문명 붕괴가 일어나도 회복할 수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핵전쟁 그리고 위험한 유행 같은 건 지금껏 쌓아올린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존재한다. 이에 대한 대비를 위해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