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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되짚어본 ‘기본소득의 역사’

코로나19로 인해 실업자가 늘면서 경제정책 일환으로 무조건 일률적으로 일정액을 지불하는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역사가 피터 스로만(Peter Sloman)이 저술한 영국 복지 정책 고찰서(Transfer State)를 통해 오늘에 이르기까지 미국과 영국의 기본소득사를 짚어본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기본소득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전 세계에서 높아지고 있다. 2020년 4월 미국 역사상 최연소 여성 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Alexandria Ocasio-Cortez)와 브릭스(BRICs=Brazil, Russia, India, China)라는 개념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명한 경제학자 짐 오닐 등 유명인사가 좌우를 넘어 기본소득 실현을 호소했다.

오닐은 2008년경 세계 금융 위기 당시 내놓은 정책 중 금리인하 같은 정책은 아주 조금 밖에 경제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자가 고립을 위해 일을 그만두라고 어려운 결정을 국민에게 강요하는 대신 직접 돈을 주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스페인 정부는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락 발표한 바 있다.

최근 주목받는 기본소득이지만 1930년경 세계 공항 시대에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당시 우파를 대표하는 미국 앤드류 멜론 재무장관은 노동자와 주식, 농민, 부동산 등을 청산해야 한다며 낡은 체제에서 부패를 일소하면 가격은 적정해지고 새로운 기업자가 재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약자 도태를 주장한 것. 좌파는 국가 재건을 위해 공공사업과 직업 보장, 사회 보장 등 포괄적인 복지 정책을 호소했지만 기본소득 같은 현금 지급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았다.

피터 스로만에 따르면 현대적인 기본소득의 기원은 1918년 퀘이커교도 엔지니어였던 데니스 밀러와 로벨 밀러 부부가 주창한 모든 개인은 항상 중앙기금에서 새명과 자유를 유지하는데 충분한 금액의 수당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당시 대다수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효율적인 부의 재분배에 대한 논의를 진정으로 추진한 건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불리는 존 메이너스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다. 케인스와 토마스 험프리 마셜(Thomas Humphrey Marshall)은 교육과 의료, 학교 급식 등 노동계급의 생활수준 향상시킬 서비스를 정부가 제공해야 한다는 사회주의적 접근을 추진했다. 이후 윌리엄 베버리지가 사회 보험 관련 서비스에 대한 베버리지보고서(Beveridge Report)를 발표하면서 영국은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로 잘 알려진 복지국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한편 사회복지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보다 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기본소득의 원형이 되는 생각은 1940년대에 등장했다. 1940년대 부의 재분배 사상을 내세운 대표적인 인물은 줄리엣 라이스-윌리엄스(Juliet Rhys-Williams)다. 소설가이자 정치인이기도 했던 그녀는 일정 수입이 없는 사람은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반대로 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 부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를 옹호했다. 케인스 학파를 대표하고 후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미이드(James Edward Meade) 역시 1948년 발표를 통해 현금지급론을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당시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1941∼1943년까지 미국 재무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다른 모든 복지 지원 프로그램 대안으로 부의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를 전개했다. 프리디먼의 주장은 사회주의적 정책의 매력적 대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1950∼1960년대에는 모두 자유방임주의(laissez-faire)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는 정당과 유효 수요 원리에 따라 사회 기반, 공공사업 등에 대한 투자를 중시하는 케인스주의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정당 대립이 극에 달한 시기였다. 미국에선 린든 존슨 대통령이 1964년부터 빈곤과의 싸움(War on Poverty)이라는 일련의 사회 복지 정책을 제시했다.

한편 영국은 1970년대 마거릿 대처 정원 하에서 추진한 대처주의라는 일련의 경제 정책을 전개했지만 빈부격차는 확대되고 실업률은 상승했다. 하지만 경제 위기 속에서 보조금 운동이 활발해진 결과 기본소득 사상에 접근하는 논의가 생겨난다.

1990년대에는 토니 블레어 총리가 제3의 길(Third Way)이라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 대립하는 사상의 장점을 결합하는 걸 목표로 제반 정책을 전개했다. 대처와 후계자인 존 메이저 정권 하에서 해체된 복지 국가 모델로 기회 평등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다.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은 자금과 자원을 재분배하고 복지 혜택을 증가시켜 대처 시대에 남용됐던 학교와 병원을 재건하고 군사 지출을 줄이고 경제 지출을 증대시키는데 주력했다.

2010년대에는 카메론 총리가 6년에 걸친 긴축 재정을 실시해 작은 정부를 목표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운동은 표면적으론 기본소득에서 멀어지고 있었지만 세액 공제 등 시책은 블레어 정권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금 공제와 연금 이외 혜택을 단일 시스템에 통합하는 야망이 시대를 넘어 살아남은 뒤 기본소득에 이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렇게 시대 곳곳에서 현대 기본소득에 가까운 아이디어가 등장해왔다. 하지만 정치, 사회적 이유로 실현에는 이르지 못했다. 코로나19 유행 하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사회적 거리를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특성상 대규모 공공사업은 실행 불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장비와 숙련 노동자가 부족해지고 있어 필수품 생산에 대해선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기본소득은 해결 불가능하며 헬리콥터머니(helicopter money)에 의해 대량 자금을 시중에 공급해 재고가 증가할 뿐 유효한 코로나19 정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안으로는 일시적인 실업급여를 일반급여 90%로 끌어올려 코로나19 와중에 가장 수입이 줄어든 층에 대한 지출을 두텁게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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