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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식물을 되살리려는 노력들

영화처럼 공룡이나 맘모스 같은 멸종 동물을 되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물론 식물을 되살리려는 사람도 많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현재 유전자공학은 멸종한 식물을 되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 전 대추야자 씨앗을 성장시키고 빙하기 꽃을 피우려는 시도는 이미 성공하고 있다. 멸종 식물을 되살리는 장점은 신약 개발과 유전자 다양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인간이 멸종으로 몰아넣은 동식물이 많음에도 인간이 제멋대로 되살리는 게 좋은 것이냐는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또 자가 수분으로 자손을 만드는 식물에게 멸종은 동물과는 다른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식물은 땅속에 씨앗이나 뿌리만 남아 있으면 재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 동물과는 다르다.

과잉 수확과 과도한 방목으로 2,000년 전에 멸종했지만 고대 로마인에게 사랑 받았던 실피움(silphium)은 신비의 식물 가운데 하나다. 고대 이집트인이 먹었다는 달콤한 육즙 멜론 품종도 현대에 부활시킬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이 멜론은 너무 맛있어서 르네상스 시대 교황이 과식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설도 있다.

인도 고전 아유르베다에는 현대에는 없는 품종이 많이 기재되어 있다. 색감이나 향기가 각각 다른 멸종한 당근의 경우 의식용이나 방부제 같은 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고대 멸종 식물을 부활시키는 기술은 지금 현실이 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종 중 99% 이상은 이미 멸종했다는 데이터도 있다. 대량으로 축적된 멸종 위기 유전자 속에는 당연히 유용한 유전자도 어딘가에는 숨겨져 있을 것이고 새로운 음식 소스와 약물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조작 기술과 게놈 정보 복원 기술이 진전되면서 이런 과거 잃어버린 유전자에서 보물을 발견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다람쥐가 3만년 전 시베리아 콜리마강 유역에 묻은 과일과 씨앗에서 빙하기 시대 꽃을 피웠다고 러시아 연구팀이 발표했다. 지금도 시베리아 툰드라에 백색 꽃을 피우는 실레네 스테노필라(Silene Stenophylla)의 조상에 해당하는 이 식물 씨앗은 영구동토층에 얼어붙은 상태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그 자체는 발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동시에 발견한 열매에서 채취한 태반 조직을 배양해 식물 양육에 성공,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재생에 성공했다.

이 연구를 통해 재생한 실레네 스테노필라는 현대의 것과는 다른 유전자 표현을 갖고 있다. 또 영구동토층은 지구상에서 사라진 고대 생물의 유전자 보고라는 점을 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이 연구 이전에 되살린 식물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보유하던 건 므두셀라(Methuselah)라는 이름을 붙인 대추야자였다. 이사르엘 동부 사막에 우뚝 솟은 요새 마사다에서 출토된 2,000년 전 씨앗을 2008년 연구팀이 되살린 것이다. 연구팀은 마사다 내 대충야자 잎에서 유전자 정보를 추출해 DNA 염기 서열을 해독했다.

2020년 2월에는 새로운 6종 발아에 성공했다는 보고가 사이언스어드밴스드(Science Advances)에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고대 대추야자 열매는 품질이나 크기, 뛰어난 약효성이 고대 문헌에 기록되어 있음에도 수세기 동안 손실된 상태였다. 드무셀라 역시 전시 중 마사다에서 농성하던 유대인 전사에게는 필수품이었을 수 있다. 이런 가치가 있는 물건을 되살린 건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드무셀라처럼 귀중한 대추야자를 소생시킬 수 있었던 건 복권에 맞을 만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아무리 가치가 높은 식물을 되살리겠다고 해도 씨앗을 찾아야 하고 그 중에서도 발아 능력이 있는 종자를 또 거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씨앗 같은 유기물질은 원래라면 다른 동물에 의해 소비되고 재활용된다. 하지만 놀랍게도 식물고고학 연구 대상인 고대 식물 대부분은 타다 남은 구워진 것이다. 불탄 탄화 씨앗은 부패하지 않고 동물에게 음식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발아도 안 되기 때문에 간신히 현대까지 남겨진 것이다.

다시 말해 므두셀라 같은 씨앗은 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막 같은 극한 기후와 영구동토층, 호수 바닥 점토층 등 엄격한 환경에서만 종자는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이런 좋은 조건이 갖춰져 있더라도 대다수 씨앗은 결손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생명령을 잃어간다.

농업과 과학을 위해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려고 종자은행이 만들어진 건 100년 전이다. 대다수 씨앗은 10년 정도 밖에 가지 않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재배해 새로운 씨앗을 손에 넣어야 한다. 시간이나 장소도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씨앗을 재배하는 건 어렵다. 이미 멸종 식물 종자를 저장했더라도 재배하지 않은 채 생존력을 잃은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멸종 식물 연구는 인류에게 미개발 자원이다. 므두셀라 같은 오래된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재생하는 방법은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기 때문에 크리스퍼(CRISPR-Cas9)나 DNA 복원에 이용하는 게놈 편집 기술 등을 이용하면 이론상 고대 식물에서 유전자 정보를 추출하고 현대 씨앗에 삽입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이미 멸종한 품종이나 이전에는 재배됐지만 사라진 품종을 현대에 소생시키는 시도는 가치가 있다. 예전부터 전통적으로 재배되어 온 품종이나 이미 사라져 버린 품종, 심지어 재배되지 않는 작물은 기후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뛰어난 저항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간 농업 발자취를 따라가면 관개기술이 발달하고 인공 비료에 의존적이 되고 작물 수확량이 극적으로 상승하면서 유전자 다양성이 훼손됐다. 이런 상황에서 농업은 자본 시설 의존도가 너무 높아 지속 불가능하게 되어 버려 전염병과 해충, 천재지변 등에 대한 저항이 없어지고 있다.

지구 전체에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는 지금 기후 변화는 전 세계 농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럴 때 예전 작물을 되살리면 현대 품종에는 없는 저항력을 얻을지도 모른다. 한 연구팀은 고대 누비아에서 기르던 보리 씨앗에서 유전자 정보를 복원했다. 이 보리 품종은 수단 북부 등 아프리카 가장 더운 기후에서 자랐지만 중세 시대 이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연구팀은 이 보리 씨앗을 절구로 분쇄해 얻은 분말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DNA를 추출, 정제하는데 성공했다. 다른 씨앗이 혼입되어 오염이 일어나지 않게 주읠르 기울인 건 물론. 사실 이 같은 오염은 고대 생물 연구자가 주의해야 할 것이다. 1967년 오래된 씨앗에서 꽃을 피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2009년 오염이 판명되어 분석 결과 고댕의 것이라고 여겼던 씨앗은 현대 것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누비아의 보리는 DNA 배열을 분석하면 고대 보링의 모습을 선명하게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현대 보리에는 없는 유전자 클러스터를 발견하고 이들이 물질 대사에 관련하고 아마도 건조에 강해지기 위해 적합했던 것으로 추측했다. 이론상 이런 유전자 클러스터를 조작해 현대 보리 DNA에 주입해 보리가 건조한 기후에서도 적합하도록 시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대 식물 DNA를 현대 자손에 주입하는 방법은 잃어버린 생물 다양성을 복원하는데 효과적으로 보이지만 막상 실용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주 북부 도시 길보아에서 발견된 길보아 나무는 데본기에 번성했던 거대한 고사리 같은 나무줄기를 가진 식물로 3억 8,500만 년 전으로 보이는 뿌리 화석군에서 발견한 것이다.

하지만 DNA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하되기 때문에 현대에 복원하려면 길보아 나무는 너무 오래 시간이 지났다. 데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 식물은 이미 석화, 바위 포면에 새겨진 문양이 되어버려 원래 식물이 구성하던 잎이나 줄기, 세포도 DNA도 모두 광물화된다.

얼마나 오래된 생물에서 DNA를 채취할 수 있는지 한계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가 진행되면서 점점 오래된 DNA를 조합해 게놈을 복원하려는 시도가 성공한다. 2019년에는 170만 년 전 치아에서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는 연구팀도 있었다.

물론 식물은 쉽지 않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식물은 그린란드에서 발굴된 30만년 전 얼어붙은 퇴적물 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얼음에 갇힌 지역에선 수천 년 전 식물 DNA가 발견되면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 년 전 식물 DNA를 복원했다고 해도 멸종 위기 DNA를 현대 씨앗에 심는 시도는 아직은 진행되고 있지 않다. 작업이 쉽지 않고 작물 품종 개량을 하는 농업과 작물 재배학 등 분야에선 고대 작물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분야와는 동떨어져 있어 서로 협력이 되고 있지 않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고대 식물 DNA 복원 작업은 탐구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오래된 식물 DNA를 이용해 실제 기술적으로 재미있는 시도를 하기도 한다. 보스턴에 위치한 합성생물학연구소 징코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는 2019년 멸종 식물의 꽃 향기를 재현했다고 발표했다. 재현한 향기 2가지 중 하나는 한때 하와이 섬에서 자생하던 종(Hibiscadelphus wilderianus)이다. 식민지 통치가 시작되고 나서 과다 방목으로 멸종되어 마지막 나무가 죽어가는 상태로 발견된 건 1912년이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멸종 식물 냄새를 맡는 게 가능하냐는 궁금증에서 시작된 연구라고 말한다. 합성생물학 없이 체험할 수 없는 걸 예술을 통해 느껴본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면서 이미 사라졌지만 기억이 유령처럼 갑자기 나타나는 우연한 만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연구팀은 하버드대학 식물 표본실에서 히비스커스 잎을 찾아 잘라 유전자 정보를 추출했다. 분석한 DNA 배열을 현존하는 히비스커스 DNA 서열과 비교해 꽃 향기를 일으키는 화학 성분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특정했다.

향기 유전자는 현존하는 히비스커스는 이식되지 않고 효모 게놈을 재프로그래밍했다. 유전자 재조합된 효모는 당분을 섭취하면 향기 성분을 방출한다. 효모가 만들어낸 향기 성분은 과학적으로 분리해 모으는 것도 가능해 모은 액체를 정제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연구는 중요한 점을 부각시킨다. 과거의 일이 되어버린 과일 맛을 알고 꽃향기를 맡으려고 식물을 통째로 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론상 향기가 아니라도 수지 독소나 분비물 등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것만 식물 DNA 배열에서 읽어 부분 재생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멸종 식물을 통해 신약 개발을 하는 건 의의는 없을 수 있다. 현존하는 식물에서 맞는 걸 채취하는 게 훨씬 빠르고 현존하는 식물조차 모든 게 망라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 식물이 멸종하는 이유는 확률상 유용한 게 적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인간에게 장점이 있는 식물이라면 이미 재배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멸종 식물을 재생하면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되살릴 식물이 유용할지 미리 아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멸종한 동식물의 클론을 되살리는 것보다는 이 같은 연구가 현재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잠재력은 충분하다. DNA 배열에서 게놈 정보를 읽고 어떤 유전자가 어떤 행동이나 물리적 특징에 연결되어 있는지 분석할 수 있다면 멸종 위기종이 기후 변화에 대응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하는 건 이론상 가능하다. 생물이 멸종하면 생태계는 불안정해진다. 이런 불안정한 생태계가 연쇄 반응처럼 더 많은 생물을 멸종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이럴 때 이 같은 기술은 도움이 될 수 있다.

2019년 학술지 네이처 에코로지 앤 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된 바에 따르면 지난 250년간 식물 500여 종이 멸종했다고 한다. 추정치인 만큼 실제 숫자는 더 많을 것이다. 물론 이젠 멸종이 한순간에 모든 게 사라진다는 의미보다는 진화나 변화를 뜻하거나 서서히 사라지는 쪽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식물 다양성 탐구는 예전에 잃어버린 보물을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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