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실험에 따르면 식물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초음파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식물은 주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가만히 움직이지 않는 존재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인간을 비롯한 동물 뿐 아니라 식물은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 미모사로 2014년 진행한 실험에선 미모사가 일종의 학습 기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식물이 해충에 먹힐 때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고구마 품종 중에는 냄새를 이용해 적습을 주위 개체에 전하는 게 판명되기도 했다. 식물은 결코 외부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람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텔아비브대학 연구팀은 2013년 실시한 연구에서 식물에 녹음 장치를 장착해 식물 줄기에서 발생한 아주 작은 소리를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소리는 가뭄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 식물에서 형성된 기포가 터져 물을 운반하는 조직에 진동을 유발해 발생한 것이다.
과거 연구에선 어디까지나 식무 자체에 장착한 녹음 장치로 소리를 감지했지만 연구팀은 식물이 내는 소리가 공기를 타고 주위에 들리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실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작물인 토마토와 담배를 온실과 방음실 환경에 3쌍씩 배치하고 10cm 떨어진 위치에 마이크를 설치했다. 작물은 각각 가뭄 상태로 물 부족 스트레스를 준 것, 줄기에 칼집을 넣어 물리적 손상 스트레스를 가한 것, 스트레스를 주지 않은 것 3가지 조건으로 배치했다. 이를 통해 발한 소리가 공기를 타고 마이크에 기록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이다.
실험 결과 스트레스를 준 작물은 모두 10∼100kHz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초음파를 발하고 온실과 방음실 실내 모두에서 10cm 떨어진 마이크를 통해 소리가 기록됐다. 이 소리는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일부 동물종은 수m 떨어진 곳에서 식물이 내는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이번 실험에선 식물 종류와 스트레스 종류에 따라 소리를 내는 빈도에 차이가 나는 것도 확인했다. 예를 들어 가뭄 상태에 놓은 토마토는 평균 시간당 35회, 상처를 낸 토마토는 시간당 25회 가량 소리를 냈다. 반면 가뭄 상태인 담배 신호음은 시간당 11회, 상처를 낸 것도 시간당 15회다. 같은 스트레스 요인으로도 식물 종류가 다르면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또 대조군으로 한 일반 작물은 시간당 1회 이하 빈도 밖에 소리를 내지 않았다.
연구팀은 작물마다 울리는 소리가 스트레스 요인에 따라 다른 주파수인 것에 착안해 식물이 울리는 소리만으로 식물 종류와 스트레스를 판별할 수 있는지도 조사했다.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학습시켜 삭물 소리 분류를 시도했는데 가뭄 상태와 상처를 받은 상태, 일반 3가지 상황을 소리만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농가가 밭에 설치한 장비에서 가뭄에 강한 개체를 선별하는 등 작업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질병에 노출된 상태나 토양 염분 농도가 너무 높은 상태, 온도가 적절하지 않은 상태 등 조건을 확인했기 때문에 식물이 모든 스트레스에 반응해 소리를 내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토마토와 담배 외에 다양한 종류 식물에서 비슷한 소리를 기록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또 식물이 내는 소리는 다른 동물에 감지될 수 있기 때문에 나방 같은 곤충은 식물이 내는 소리를 듣고 알을 낳을 식물을 선별할 가능성도 있다고 연구팀은 시사했다. 하지만 이 점에 대해선 실제 곤충 반응을 확인한 건 아니기 때문에 너무 비약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