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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인터넷 차단을 많이 하는 곳

인도 북부와 파키스탄 북동부 국경 부근에 펼쳐진 산악지대인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간 충돌이 끊이지 않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 정부가 잠무 카슈미르주에서 인터넷 봉쇄를 실시했으며 현지에선 8월 5∼11일까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됐다고 한다.

잠무 카슈미르 주는 인도에선 유일하게 이슬람교도가 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이다. 또 인도와 파키스탄간 충돌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인도 정부는 다양한 종교와 정치적 이유로 잠무 카슈미르 주 자치권을 인정했지만 지난 8월 5일 모디 인도 총리는 자치권 폐지를 선언해 주민들의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또 자치권 폐지 선언 몇 시간 전부터 잠무 카슈미르 주 휴대폰이나 인터넷, 유선 통신은 중단됐다. 주도인 스리나가르 일부 지역에선 수많은 군인이 모여 있었다는 정보 외에 지역 지도자가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도에선 최근 인터넷 등 통신망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동시에 인도 정부는 자주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무려 134회나 인터넷 차단을 실시했다. 전 세계에서 2번째로 인터넷 차단이 많았던 파키스탄의 12회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터넷을 차단한 정부로 이름을 남긴 것이다.

인터넷을 차단하는 이유는 정치적 시위 억제, 루머 확산 방지, 선거와 학생 시험 부정행위 방지 같은 걸 들 수 있다. 인터넷 차단은 간단하고 당국이 인터넷 업체에 연락하면 곧바로 인터넷 제공을 중지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이미 11일간 인터넷이 차단된 잠무 카슈미르 주에선 생활에 지장이 생겼다. 스리나가르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운영자는 약 주문에 모두 인터넷을 이용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치료에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없어 지역 주민에게 질병 발생을 조심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장에선 인슐린 등 약물이나 유아식 같은 생필품 부족으로 의사나 환자 모두 곤란해 하고 있다고 한다. 전화를 거는 것도 정부가 지정한 특정 장소에 설치된 유선 전화를 이용해야 하며 몇 분 얘기하려면 상당한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도구였던 스마트폰도 인터넷이 차단되면서 단순한 금속 덩어리 신세가 됐다. 또 온라인에서 전통 공예품을 판매하는 한 사업자는 공급사나 고객과 연락이 끊겨 휴업 상태다. 지금까지 몇 차례 인터넷 차단이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그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설명이다.

인도 정부는 인터넷이 잘못된 정보를 확산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속이고 있다는 이유로 평화와 평온을 위해 인터넷을 차단하는 걸 정당화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차단에 의한 인도 정부의 손상이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ICRIER(Indian Council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Economic Relations) 조사에 따르면 2012∼2017년에 걸쳐 인터넷을 차단해 무려 30억 달러 이상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즐링에서 진행한 2017년 인터넷 봉쇄로 지역 경제의 주요 산업인 차 생산이 멈추고 인터넷을 회복한 뒤에도 기존 해외 고객이 돌아오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루머 확산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현지에선 스리나가르 시위대에 보안군이 발포하고 학살이 일어났다는 소문이 났지만 사실 관계를 조사하자 부상자는 있지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차단 탓에 일을 못하고 오락을 즐길 수 없는 한가한 상태에 놓이면 새로운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에 대해 불만을 가진 젊은 층이 시위와 경찰에 돌을 던지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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