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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속도 증발하는 붕괴 직전 행성의 운명

태양계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럭비공 형태로 부서져 버릴 운명에 처한 행성이 있다. 이 외계 행성은 너무 항성에 가까이 있는 탓에 이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항성에서 열을 근거리에 내뿜어 표면 온도가 초고온이 되고 보통이라면 별의 대기에 머물러야 할 중금속 가스까지 우주 공간으로 모두 흩어져 버렸다. 이런 건 관측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천문학술지(The Astronomical Journal)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지구에서 880광년 떨어진 뜨거운 행성인 WASP-121b 대기에서 철과 마그네슘 가스가 방출되고 있다는 것.

WASP-121b는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 행성으로 질량은 목성의 1.8배다. 지구에서 태양에 해당하는 항성에서 380만km라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1,275일 주기로 공전한다. 참고로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수성도 거리는 5,790만km다.

이렇게 가까운 탓에 별의 강한 중력에 끌려가고 WASP-121b는 붕괴 상태에 빠지기 직전이라고 한다. 과장이 아니라 사실이다. WASP-121b가 왜곡되어 럭비공 같은 모양이 된 게 증거다.

이번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알기 쉽게 비유하자면 달의 인력에 의한 바다의 조수간만의 차를 생각하면 된다. 지구의 경우 달의 중력에 끌려 달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바다가 달을 향해 만조를 맞는다. 반대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장소에선 달의 인력이 약해 바다가 달과 반대방향으로 팽창해 만조가 된다. 따라서 지구의 해양 시스템도 다소 왜곡되어 있어 럭비공 같은 형태의 시스템이 있다고 할 수 있다.

WASP-121b에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훨씬 심하다. 별에 가장 가까운 지점은 평소보다 10% 커지고 있다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는 얘기다. 또 항성에서 강렬한 별빛이 쏟아져 WASP-121b의 표면 온도는 2,200켈빈 그러니까 1,926도를 넘기는 그야말로 불타는 지옥이다. 지난해 조사에선 WASP-121b의 온도가 너무 높아서 대기 수분자도 수소와 산소로 분해되어 버린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선 상공에 있는 대기고 과도하게 과열되어 중금속 가스가 WASP-121b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런 현상이 입증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논문에 따르면 대기 하층에 있던 마그네슘과 철까지 상층에 유입, 가스 상태를 유지한 채 가벼운 기체인 수소와 헬륨 가스에 붙어 함께 우주로 나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외계 행성에서 금속 가스가 대기로 유출된 경우는 발견됐지만 이 정도 고도에서 철이 발견된 건 놀라운 일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허블우주망원경에 있는 영상분광기를 이용해 근적외선에서 마그네슘과 철 스펙트럼을 측정했다. 지구에서 볼 때 외계 행성이 별 앞을 통과하는 시점에 관측을 했다. WASP-121b는 극단적인 조건 하에 있기 때문에 정말 중금속 가스 유출이 있을 수 있냐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주된 대상은 마그네슘이었지만 대기 중 철 흔적이 발견되기도 했고 이 별이 크게 팽창하고 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도 금속 가스 유출 요인인 것으로 보고 있다. WASP-121b의 대기는 우주로 방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WASP-121b가 조만간 소멸할 운명이라고 밝혔다. 이 뜨거운 행성의 수명은 앞으로 1,000만년이라고 보고 있지만 천문학에선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라는 것. 앞으로 10년간 천문학자들이 쇠퇴하는 행성 궤도를 확인해 진정한 운명을 더 알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