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학교 내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023년 워싱턴 D.C. 교직원 노조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42%가 지난 1년간 학교에서 폭력이 상당히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55%는 교내에서 학생간 폭력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보도에서는 교내 폭력 장면을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SNS에 확산시키는 행위가 추가적인 폭력을 부추기고 있는 실태를 전했다.
지난 4월 매사추세츠주 리비어에 있는 리비어 고등학교 카페테리아에서는 청소년 수십 명이 뒤섞인 난투극이 벌어졌다. 현장에 있던 졸업생에 따르면 학생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테이블과 의자를 엎는 장면을 많은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영상 대회와 같았다며 모두가 최고의 각도에서 촬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소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난투극 발생 몇 분 만에 카페테리아 외부에 있던 학생도 SNS와 채팅을 통해 이 소식을 듣고 수십 명이 난투극을 보려고 몰려들었다. 교사는 학생이 카페테리아로 모이는 걸 막기 위해 입구를 봉쇄하고 학생에게 교실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했으며 관리자는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난투극에 관여한 학생 17명을 정학 처분했다.
보도에선 미국 전역에서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기술(문자 메시지, 영상, 소셜미디어 등)이 교내 난투를 더 부추기고 때론 격화시켜 학교를 혼란에 빠뜨리고 학습을 방해하고 있다며 교내에서 촬영된 폭력 영상은 학생 간 사이버 괴롭힘이나 언어적 공격, 폭력의 새로운 악순환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하며 스마트폰을 통한 영상 촬영이 폭력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보도에선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를 포함한 수십 개 주 학교에서 촬영된 400편 이상 폭력 영상을 조사하고 30명 이상 교사와 경찰관, 학생, 학부모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중고등학생이 스마트폰과 SNS를 이용해 잔혹한 폭력 영상을 촬영하고 확산시키는 패턴이 발견됐으며 일부 피해자는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온타리오주에서도 지난 5년간 폭력 사건이 114% 증가했으며 전국 교원 노조는 학생 간 폭력이 전례 없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한다. 그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 정책이 아이가 SNS에 몰두하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폭력적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토양이 형성된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학생은 소셜네트워크를 사용해 폭력을 계획하거나 부추기고 있으며 특정 학생을 때리고 차는 폭행을 가하거나 다수가 난투를 벌이는 장면을 SNS에 확산시키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에는 특정 지역 학교에서 촬영된 교내 폭력 영상을 모아 고등학교 이니셜과 함께 게시하는 계정도 등장해 이런 폭력 영상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5월에는 캘리포니아주 노바토 한 중학교 여학생이 동급생에 대한 폭행 계획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논의한 뒤 실제로 동급생 소녀를 여럿이서 때리는 장면을 촬영했다. 노바토 경찰은 이 사건으로 12~14세 소녀 8명을 폭력 공모 혐의로 기소했으며 이 중 4명은 중대 폭행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노바토 경찰 관계자는 공격은 기술에서 시작되어 폭행이 계획되고 물리적 충돌에서 절정을 이룬다고 말했다.
2023년 11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 카운티 한 고등학교에서 싸움이 발생했지만 이를 촬영하는 학생 때문에 관리자 중재가 방해받았고 결국 15세 남학생이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웨이크 카운티 공립학교 시스템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많은 학생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며 그들은 최고의 영상을 찍기 위해 자신과 타인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말했다.
어른에게는 평범한 학생이 폭력 영상을 촬영하고 확산하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학생에게 폭력 영상은 일상적인 게 되어가고 있다. 리비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16세 학생은 아이는 폭력 영상에 매우 익숙하다며 어른이 놀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또 다른 학생은 싸움은 금세 엔터테인먼트가 된다며 그곳에 죄책감이나 동정은 전혀 없다며 영상으로 인해 폭력에 둔감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 인터넷에 확산된 폭력 영상과 관련해 관계없는 사람이 학생을 동물이라고 비하하거나 폭력 원인을 이민자에게 돌리려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리비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어른이 자신들의 안전이나 정신 건강, 감정을 걱정하는 대신 우리를 동물이라고 부르는 걸 봤다고 말했다.
리비어 고등학교는 9월 추가 학교 경찰관을 고용했고 교사는 교실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엄격하게 시행했다. 그 결과 현재는 교내 폭력이 진정된 상태라고 한다.
폭력 영상이 확산되는 문제를 지적받은 틱톡 측은 폭력적 행위를 보여주는 콘텐츠와 이를 게시하는 계정을 적극적으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인스타그램도 플랫폼에서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신체적 폭력을 묘사하는 콘텐츠를 삭제했으며 보도에서 지적한 교내 폭력 영상을 게시한 계정 16개를 삭제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6세 어린이를 위한 교육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