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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석유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석유는 현대 사회에서 자동차나 발전 연료로만 사용되는 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대책 차원에서 석유를 비롯한 화석연료 사용량 감축을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과연 인류가 석유 없이도 살아갈 수 있을까.

석유 사용이 일반화되기 이전인 17~19세기 무렵 인류는 고래 수백만 마리를 상업적 포경으로 잡아 그 시체에서 나오는 고래 기름을 연료, 기계 윤활유, 식품 원료 등으로 사용해 왔다. 당시 사회는 대규모 상업 포경 없이는 돌아가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상업 포경이 거의 금지됐음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상업 포경이 없어도 사회가 돌아가게 된 건 고래 기름 이외에도 충분한 연료와 원료를 생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기후변화 대책 차원에서 석유 사용량 감축이 시급한 과제가 되면서 석유 외 에너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어 언젠가 석유 없는 사회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인류가 석유를 사용하기 시작한 건 몇 백년 전이 아니라 4만년 전 현대 시리아 지역에 살던 이들이 원유 부산물인 천연 아스팔트를 이용해 도구를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슷한 물질을 메소포타미아인은 배 방수에, 바빌로니아인은 건조물에, 이집트인은 미이라 방부 처리에 사용했다고 한다. 더불어 중국에서는 기원전 500년경부터 원유를 태워 열원이나 조명에 활용했으며 서기 4세기에는 대나무 파이프로 석유를 수송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석유가 대규모로 수요가 생긴 건 1859년 미국인 에드윈 드레이크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기계식 석유 채굴을 시작하면서 지하 21m 깊이 저류층에서 석유를 채굴하게 되면서부터라고 한다. 드레이크의 유전으로 근대 석유 산업이 시작됐고 이젠 교통과 물류, 발전, 제조업 뿐 아니라 농업,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석유가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이미 일부 산업에서는 석유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발전에 사용되는 화석연료 비중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감소 추세다. 전기차 확산도 석유 사용량 대폭 감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한 아래 2018년 시점에선 50%가 자동차, 오토바이 등 차량에서 사용됐지만 2030년에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 3분의 2가 전기차일 것으로 추정되어 차량 석유 사용량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항공 산업에서도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데 최근 항공기는 40년 전 항공기보다 훨씬 연비가 좋다고 한다. 바이오매스 원료로 만든 지속가능 항공 연료(SAF) 사용량을 늘리는 것도 항공 분야 석유 사용량 감축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보잉은 2030년까지 모든 민간 항공기를 SAF로 운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며 2050년까지 항공 연료 30~45%가 SAF로 대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한편 가장 석유 연료 대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해운 산업이다. 세계 물류를 담당하는 대형 선박은 건조 비용이 막대해 기존 선박을 에너지 효율이 높거나 석유 외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대체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수소 연료를 대안으로 사용하는 페리나 소형선 테스트도 진행 중이지만 대형 원양 선박은 아직 설계 단계라 해운업계는 앞으로 수십 년간 석유를 대량 소비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은 저렴하고 내구성이 강하며 범용성도 높아 식품 포장이나 의료 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일부 플라스틱 제품은 다른 제품으로 쉽게 대체하기 어렵다.

일회용 주사기, 수액 백, 카테터, 일회용 장갑, 병원 침구 같은 플라스틱 제품이 병원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단지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무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감염 확산을 막는 데에도 유용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의료 분야에서 플라스틱 제품 사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 너무 저렴해 비용 면에서 석유 없는 플라스틱 제품과 경쟁하기 힘들다. 식물 등 원료로 만든 바이오플라스틱이 유력한 대체재로 주목받고 있지만 원료인 대두 등을 재배하려면 넓은 농지가 필요해 바이오매스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식량 생산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이런 식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언젠가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청정에너지 기술이 저렴해져 석유 시추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이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미발견 유전을 탐사하는 시추 작업이 중단되고 결국에는 일반 시추 작업도 비용 대비 효율이 낮아질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 중심으로 석유 생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국 엑셔터대학 연구자는 2065년까지 전 세계 석유 사용량이 95% 감소할 것으로 내다본다. 그렇게 되면 항공과 해운 산업이 많은 석유를 사용하는 마지막 주요 산업이 될 것이라고 한다.

탈탄소화를 추진한다는 건 석유가 우리 역사에서 일과성의 존재가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석유에 대한 선호도는 사라지고 상업 포경과 같이 작은 규모의 거점만 남게 될 것이다. 50~100년 뒤에는 미국 석유 채굴지나 시추 현장이 서부 폐광 박물관이나 골드러시 시절 유령 마을처럼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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