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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나 공간을 둘러싼 안보 딜레마

우주 개발이 진전되면서 각국은 우주 공간 안전보장을 전문으로 하는 우주군을 설립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주 공간 중에서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지구에서 달 궤도 주변 시스루나 공간(Cis-lunar space) 안전보장에 대해 설명한 글이 눈길을 끈다.

시스루나 공간은 라틴어로 달 이편을 뜻하는 말로 지구 궤도에서 달 궤도까지 그리고 3번째 천체가 안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라그랑주점을 포함하는 영역을 가리킨다. 라그랑주점에선 지구와 달에 의한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질량이 작은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등은 달과 같은 속도로 지구 주위를 돌 수 있다.

이런 특징 때문에 라그랑주점은 우주 개발에서 통신·감시 장치, 보급기지, 우주정거장 등을 비교적 낮은 에너지로 유지할 수 있는 곳으로 유망하다. 지구와 달 사이에는 라그랑주점이 모두 5개 있지만 활용 가능한 공간은 제한적이어서 시스루나 공간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우주 부동산이라 할 수 있다.

시스루나 공간에서는 주로 미국과 중국이 치열한 우주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구 망원경이나 레이더로는 거리가 너무 멀어 감시가 불가능하고 달 반대편까지는 지구에서 감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주 활동을 모니터링하려면 자국도 감시용 위성이나 센서를 시스루나 공간에 배치해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잠재적 적국 활동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해 다른 나라가 군대를 증강할 수밖에 없게 되는 안보의 딜레마 조건이 갖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미 공군연구소는 시스루나 공간 안보 대책 강화를 위해 오라클 패밀리 오브 시스템(ORACLE FAMILY OF SYSTEMS)이라는 미션을 추진하고 있다. 오라클 시스템에서는 오라클-P라고 불리는 감시위성을 지구-달 라그랑주점에 배치하고 오라클-M이라는 우주선으로 우주 파편 제거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오라클 시스템이 다른 국가가 뭘 하고 있는지 뭘 하지 않는지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해줘서 시스루나 공간의 상황 인식을 지원하는 건 분명 좋은 일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시스루나 공간 감시는 민간 우주선에서도 가능한 일이라며 군 주도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에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오라클-M이 겨냥하는 우주 파편 제거 작업 자체는 평화적으로 이뤄지면 문제가 없지만 이런 기술이 다른 국가 우주선이나 인공위성 간섭에 사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전문가는 우주 파편 제거는 중대하고 어려운 작업이므로 각국 우주 기관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도 궤도상에서 대규모 구조물 건설을 목표로 하는 NOM4D(Novel Orbital and Moon Manufacturing, Materials, and Mass-efficient Design) 계획을 내놨다. NOM4D는 달 표면에는 건조물을 짓지 않는다고 설명하지만 다른 국가 안보 부문이 이를 경계하는 건 당연하다고 한다.

전문가는 DARPA가 실제로 달 표면 활동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다른 국가가 이 발표를 달의 군사화 의사 표명으로 읽을 수 있다며 NOM4D 프로그램은 결과적으로 미국 계획에 불확실성을 가져와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안보 딜레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미 국제법으로 달과 다른 천체를 포함한 우주 공간에서의 군사 활동이 금지되어 있어 미국측 행동은 안보 딜레마 조성 뿐 아니라 국제법 위반 소지도 있다고 한다.

전문가는 시스루나 공간 상황 인식은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공공재로 공유돼야 하며 앞으로 라그랑주점이나 궤도 이용 관리, 이용 기관 조정을 위한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달과 그 궤도를 개발하는 건 아직 가능하지만 수십 년간 지구 궤도 활동에서 배운 것처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우주를 개발하려면 선견지명, 계획,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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