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현장에서 수혈할 때 혈액 부적합이 있으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에 혈액은 항원에 따라 4종류로 크게 나뉘는 ABO식 혈액형으로 분류된다. 덴마크공대와 룬드대학 연구팀이 이런 수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혈액제제를 만들어낼 수 있는 효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ABO식 혈액형은 1900년 오스트리아 병리학자였던 카를 란트슈타이너에 의해 발견된 혈액 분류법으로 혈중에 존재하는 항원과 항체로 혈액을 4가지 타입으로 구분한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겐 A형 항원과 항B항체가, B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에게는 B형 항원과 항A항체가 있다. 만일 A형 사람에게 B형 혈액을 수혈하게 되면 A형 혈액에 포함된 항B항체가 B형 혈액에 포함된 B형 항원과 반응해 혈구가 응고되거나 파괴되어 생명이 위험해진다.
이 항원은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쇄 구조에 따라 분류되며 당쇄 말단에 결합하는 당이 N-아세틸갈락토사민이면 A형 항원, 갈락토스이면 B형 항원, 어느 쪽도 아니고 말단 당이 하나 적으면 O형 항원이 된다.
연구팀은 장내세균 중 하나인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에서 장 점막 표면을 덮고 있는 점액을 분해하는 효소에 주목했다. 이 장 점막 표면을 덮는 점액 당 구조가 적혈구 표면에 있는 당쇄 구조와 유사했기 때문에 연구팀은 이 효소로 항원 당쇄를 분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연구팀은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에서 얻은 24종류 효소와 A형 및 B형 혈액 샘플 수백 개를 갖고 실험했다. 그 결과 일부 효소를 조합하면 A형 및 B형 혈액 당쇄 말단을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더불어 이 연구에서 발견된 효소 조합은 기존에 인식되지 않았던 ABO식 혈액형에 포함되지 않는 혈액에 대해서도 A형 항원이나 B형 항원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 효소를 사용하면 혈액형을 신경 쓰지 않고 성분수혈을 할 수 있는 만능 혈액제제를 준비할 수 있어 수혈 안전성이 높아지고 ABO 부적합 수혈에 의한 사고를 피할 수 있다. 또 혈액제제 운송과 관리가 단순해지고 폐기되는 혈액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시점에선 B형 혈액에서 거의 만능에 가까운 혈액제제를 만들 수 있다고 하지만 A형 혈액에서 만드는 것에는 아직 과제가 남아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효소와 처리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고 앞으로 3년 반간 공동 프로젝트에서 더 큰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