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등장으로 인해 인간 바둑 수준이 극적으로 향상된 게 명확해졌으며 바둑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AI가 발전을 이루지 못한 영역에서 성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바둑 AI 알파고(AlphaGo)는 당시 세계 최고 기사 중 1명인 이세돌 9단을 꺾는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바둑 전문 AI 등장으로 인해 인간 기사 수준도 향상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웨덴 작가 헨릭 칼슨에 따르면 AI가 등장하기 이전인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프로 기사 실력은 정체되어 있었고 향상 한계에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알파고 등장 몇 년 뒤에는 하위 수준 프로 기사도 AI 등장 이전 최고 기사에 필적하거나 능가하는 수를 두게 됐다.
AI가 등장한 뒤 프로 기사는 기계적으로 AI가 두는 수를 모방하게 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변했다. 칼슨은 프로 기사는 AI를 연구하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혁신적인 움직임과 시퀀스가 늘어나 더 창의적이 됐다고 말했다. 홍콩시립대 연구팀은 AI 등장으로 프로 기사 실력이 향상됐지만 AI 연구가 이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불과하다며 반면 인간 수순 변화가 차지하는 비율은 60%에 달하며 AI 수순에서 벗어난 정석이 발달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 결과에 대해 칼슨은 알파고 성공으로 인해 인간은 이전 수순을 재검토하고 약한 휴리스틱을 버릴 수밖에 없게 됐으며 그 결과 이전에 간과했던 가능성에 주목할 수 있게 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게 가능해지는 사례는 바둑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저 배니스터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1마일을 4분 내에 달리자 이후 1마일 4분 돌파 선수 수가 급증했다. 현재는 고등학생도 1마일 4분 돌파를 달성하고 있다. 또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 작품은 연주 불가능으로 여겨졌지만 유튜브 등에 녹음이 공개되면서 일시에 연주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콘서트 정규 레퍼토리가 되고 있다.
최근 프로 기사 실력 향상은 AI 시스템 등장이 이런 효과를 낳고 있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로 여겨진다. 새로운 기술 등장은 인간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용기를 북돋워 준다. 반면 발전하는 AI에 발맞추지 못해 도태될 위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AI에서 배우면서 지금까지 정체되어 온 답답한 상황을 타개하고 기술을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칼슨은 인간이 가진 가능성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체스나 바둑과 같은 치열한 경쟁 영역에서도 인간 성과는 가능성의 한계를 크게 밑돌고 있다며 아마 AI는 더 많은 영역에서 이런 가능성 한계를 돌파하는 방법을 인간에게 알려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