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레시피

비틀즈 40년 만에 나온 신곡과 AI 윤리관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이 암살된 건 43년 전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최신 AI 기술을 이용해 비틀즈 생존 멤버인 링고스타와 폴 맥카트니가 존 레논 미발표 데모 테이프에서 목소리를 추출해 신곡을 완성한 것.

1970년대 후반 존 레논이 작사 작곡해 집에서 녹음한 데모곡인 나우앤댄(Now and Then)은 발표되지는 않았다. 아직 조지 해리슨이 생존하던 1990년대 3명이 이 곡을 완성시켜 내놓는 걸 생각했지만 데모 테이프 속 존 레논 목소리가 존의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로 들리기 어려워 목소리만 추출하는 기술이 90년대에는 없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이 곡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023년 비틀즈 멤버와 유니버설뮤직은 AI 힘을 빌려 오래된 데모 테이프에서 존 레논 목소리를 추출하는 지난 수십 년간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작업을 실현헀다. 이렇게 당시 38세이던 존 레논 목소리를 추출하고 81세인 폴 맥카트니가 베이스 등을 연주하고 링고스타가 드럼을 치고 조지 해리슨이 녹음을 끝낸 기타를 넣어 완성된 싱글인 나우앤댄은 11월 2일 출시됐다.

비틀즈는 나우앤댄을 마지막 곡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에 음악사에 큰 혁명을 일으킨 선구적인 록밴드 활동은 이제 끝이다. 하지만 비틀즈는 일부 멤버가 사망한 뒤에도 엔터테인먼트로 계속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존 레논 뿐 아니라 2001년 암으로 사망한 조지 해리슨도 나우앤댄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다만 솔로 슬라이드 기타 부분은 실제로는 폴 맥카트니가 조지 해리슨 스타일로 연주한 것이다.

어쨌든 오래된 팬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다. 애플 CEO인 팀쿡 역시 비틀즈 신곡을 기대하던 인물 중 하나로 40년에 걸쳐 완성된 곡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피터 잭슨 감독이 찍은 다큐멘터리 영화인 겟백을 촬영할 당시 폴 맥카트니는 이 싱글을 발매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고 한다. 비틀즈가 앨범 렛잇비를 제작하는 과정 아카이빙 영상 중 존 레논과 조지 해리슨, 폴 맥카트니, 링고스타가 나눈 대화를 분리하기 위해 MAL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했고 같은 기술로 데모 테이프에서 존 레논 목소리를 추출했다. 또 조지 해리슨 기타 녹음은 1995년 한 번 나우앤댄을 완성하려 했을 당시 것이라고 한다.

이 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존 레논은 한때 밴드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 링고스타, 폴 맥카트니와 함께 프로듀서로 크레딧을 나눴고 폴 맥카트니는 제작 편곡도 담당하고 있다. 제작 과정을 기록한 12분짜리 단편 영상에선 존 레논 아들과 폴 맥카트니가 새로운 AI 녹음 기술에 대한 환영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른 음반사도 이미 사망한 아티스트와 같은 일을 하려 한다. 구글과 유니버설뮤직은 아티스트 목소리를 복제하는 것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에선 딥페이크 음악이 나오고 있다. 나우앤댄이 이렇게 세상에 나와 전세계인이 듣게 되면서 더 많은 기업이 사망한 아티스트를 재현하는 게 이익이 될 뿐 아니라 세상에 요구되는 일이라고 생각할 가능성도 있다. 망자의 목소리를 재활용하려는 윤리관도 생각하지 않으면 시대가 된 것이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