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우리가 아는 한 생명은 40억 년 전부터 행성에 존재하고 있었다. 태고 시절 생명은 빅뱅 직후 우주가 지금보다 훨씬 이상하고 환상적이던 시대에 태어났을 가능성도 있고 지구 이외 어디에서라도 탄생할 수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생명 탄생의 신비를 풀기 위한 유력한 설 몇 가지가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생명 역설 이론이다. 탄생한지 처음 수억 년 동안 지구는 끊임없이 소행성이 쏟아지는 마그마 지옥이었다. 이어 첫 바다가 형성되면 곧 생명이 나타나고 수십억 개 미생물이 모든 곳에 살게 된다.
지구상 생명은 지구 그 자체만큼 오래됐기 때문에 이는 이상한 것처럼 보인다. 생명이 마치 지구가 탄생해 바다가 형성되어 살아남기 위한 환경이 갖춰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 생명은 빨리 출현했다고 할 뿐 아니라 발생까지 작은 시간 안에 이미 큰 진화를 이루고 있었다는 점에도 수수께끼가 남는다.
미생물이라도 생물로 인정되기 위해선 식사와 배설, 성장, 증식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생물 내부 구조를 정한 생물학적 취급 설명서인 게놈이다. 게놈이 없는 사물이 왜 게놈을 가진 생물이 됐는지에 대한 이유는 과학에서 가장 큰 수수께끼 중 하나다.
이게 왜 수수께끼인지 간략하게 설명하면 게놈을 작동시키려면 단백질이 필요하고 이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기능하는 게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백질도 게놈도 꽤 복잡한 블록으로 이뤄진 초장대한 분자이며 우연히 조립하는 건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인지 딜레마와 같이 어떻게 원시 생명이 태어났는지는 큰 수수께끼 중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완성된 세포가 있다면 전체 시스템은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단순한 사물에서 출발해 순수한 우연에 의해 게놈을 가진 고급 생물에 도달하려면 시행착오에 놀라운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첫 번째 생물은 몇 억 년 만에 이 격차를 넘어 어떻게 됐을까. 생명 기원에 관한 대부분 이론은 전생물 분자로 이뤄진 워시적인 수프를 자가 복제하는 첫 생명체를 효율적으로 생산했다고 이론화해 이 격차를 설명하려 한다. 하지만 이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했는지 알 수 없다.
생명 기원을 반대로 생각하면 게놈을 생명 역사를 말하는 책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생명이 진화함에 따라 더 많은 생물이 나타난다. 아메바와 어류, 양서류, 공룡, 포유류 등 수십억 년에 걸쳐 생명 이야기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게놈은 생물학적 명령이 쓰인 긴 문자열로 볼 수 있으며 이 길이는 거의 일정 비율로 늘어난다. 물고기 게놈 길이는 지렁이 2배 이상이며 인간 게놈 길이는 물고기 2배 이상이다.
이런 단서를 통해 분석하면 게놈은 평균 3억 5,000만 년마다 2배 길이가 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치 진화가 지수적 내부 시게를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더 이상한 일이 있다. 지구상 탄생한 첫 미생물은 비록 단순하게 보였다고 해도 꽤 길고 복잡한 게놈을 이미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명이 단기간에 이런 수준 복잡성을 얻었을까.
이 수수께끼를 푸는 재미있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이는 지수 함수 시계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고 가능하면 가장 단순한 생명체 그러니까 몇 개 게놈만 갖춘 생명체를 외삽하는(extrapolation)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이라면 생명의 기원은 100억 년이나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생명은 커녕 지구 나이 2배 이상 숫자다. 다시 말해 생명이 앞서 언급했듯 진화해왔다고 가정하면 지구가 아니라 우주 어딘가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만일 생명이 이미 씨앗처럼 우주에 존재했다면 깨어나 진화를 계속하기 위해선 물과 따뜻한 온도가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지구상 첫 생명이 고도로 정교해졌다고 설명할 수 있다.
생명이 지구보다 오래 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건 골디락스 아기 우주 이론이다. 가장 기본 수준에선 생명에는 2가지가 필요하다. 복잡한 분자를 형성하기에 적합한 화학 원소와 이 분자가 움직이고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물과 같은 액체 매질이다. 액체 매질은 액체 상태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우주에서 생명을 찾을 때 인간은 항성으로부터 딱 좋은 거리에 위치한 액체 물이 존재하기에 충분히 따뜻한 지구와 같은 행성에 주목한다. 이를 골디락스존(Goldilocks zone)이라고 한다.
하지만 태고 우주는 거의 모든 지역이 골디락스존이던 시기가 있다. 빅뱅 직후 우주는 고온이었지만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는 식어갔다. 빅뱅 이후 1000만 년부터 1700만 년이 지난 시기 우주는 현재보다 1,000배나 젊고 0도에서 100도 사이 그러니까 물이 액체인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137억년 이상 이전 시기는 우주 전체가 생명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온도였던 것이다. 다만 적온만으로 생명이 탄생하는 건 아니다. 탄소와 산소 같은 화학 원소도 필요하며 별 중심에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빅뱅 직후 우주에 별이 존재했을까. 물질이 어두운 우주 지역에선 존재했을 수 있다. 만일 이런 항성이 존재했다면 질량은 상당히 크고 불과 300만년 만에 초신성이 되어 먼지, 소행성, 행성, 생명 재료를 형성하는데 필요한 화학 원소를 우주에 뿌렸을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생명 첫 조상은 더 이국적이며 물조차 필요하지 않고 암모니아와 에탄 같은 0도 미만 온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로 번성했다고 생각된다. 이 아이디어는 현재 우주가 생명에 있어 더 가혹한 환경인 것에 비해 당시 우주는 생명이 탄생하기 위한 조건이 기본적으로 어디에라도 갖춰져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기간이 수천만 년이나 계속됐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원시 생명은 어떤 암석 위에서도 별 사이에서도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된다. 생명이 우주에서 지구로 왔다면 태양계 다른 곳에 생명이 존재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화성 마른 강바닥과 엔케라두스, 유로파 따뜻한 지하 바다에서 생명이 찾을 수 있다.
타이탄에는 9000만년 전 우주만큼 따뜻한 에탄과 메탄 바다, 강, 호수가 있다. 다시 말해 타이탄에서 생명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주에서 어떻게 생명이 탄생했는지에 관한 이론을 실증하는 것에도 가까워지는 것이다. 다만 현재 우리 인류가 우주를 관측하는 가운데 인간과 같은 존재는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생명으로서의 복잡성을 실현하기 위해선 100억년 이상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어쩌면 미생물로 가득한 세계, 이국적 물고기로 가득한 바다, 이상한 동물로 가득한 대륙이 수백만 개 존재할 수 있다.
더구나 인간과 마찬가지로 드디어 최근 의식을 얻고 자신은 외로운 존재인지 하늘을 바라보는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생명은 지금 무수한 형태로 모든 종류 우주 환경에서 번영할 가능성조차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