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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자신의 체취를 눈치 채지 못할까

인간은 타인 체취나 구취에는 민감해도 자신의 냄새는 좀처럼 알기 못한다. 인간은 개나 돼지 같은 동물에 비해 후각이 좋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결코 코가 둔하지는 않다. 인간 코에는 400개 후각 수용체에 의해 10개 계통 냄새를 나누는 능력이 있다. 후각은 인간이 처음으로 진화시켜온 감각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또 사냥채집민으로 진화해온 역사 덕에 식물 향기 성분을 감지하는데 있어 개보다 특기가 있다고 한다.

이런 뛰어난 후각을 가진 인간이 자신의 체취에는 둔감한 이유에 대해 듀크대학 연구자는 몸 냄새를 맡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특정 냄새에 둔감하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체취 뿐 아니라 향수나 집안 냄새 등 일상적으로 걸려 있는 냄새에도 같은 게 적용된다고 한다.

후각 피로(olfactory fatigue)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완전히 해명되지 않았고 후각 수용체가 변화하고 있는지 뇌 반응이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한다. 또 미국 브라운대학 신경학자는 체취는 식사나 컨디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특정 상황에선 자신의 냄새를 감지하는 능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마늘 요리를 먹을 때나 스트레스를 느낀 날에는 땀이나 타액이 냄새가 날 수 있다. 그 밖에 치료를 받지 않은 당뇨병 환자 구취는 썩은 과일과 같은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장티푸스 환자 땀은 갓 구운 빵 같은 냄새가 날 수도 있다고 한다.

파킨슨병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성은 진단 전부터 남편 체취가 변화하는 걸 깨달았아고 증언하고 이후 실험에서 셔츠 냄새로부터 파킨슨병 환자를 정확하게 밝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의 능력에 힌트를 얻어 과학자는 피지 성분으로부터 빠르게 파킨슨병 환자를 특정하는 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체취는 건강 상태 뿐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와도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여성에게 남성 셔츠 냄새를 맡은 1995년 연구에선 여성이 각각 강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고 연구자는 이를 면역계가 병원체를 확인하는데 사용하는 단백질 관련 주요 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 MHC라고 불리는 일련의 유전자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은 자신과는 다른 MHC 유전자를 가진 남성 냄새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연구자는 이에 대해 MHC 유전자 조합이 다른 사람 사이에서 더 많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유전적으로 다른 이성 냄새를 좋아하는 것처럼 인간은 냄새를 의지하고 상대가 비슷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 판단하고 교우 관계를 구축한다. 실제로 과거 연구에선 사이좋은 친구끼리는 체취가 비슷하다는 걸 밝혀냈다.

코로나19 감염 유행에 따라 환자가 후각을 잃은 사례가 많이 보고되어 있기 때문에 후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환자 후각 수용체나 후각에 관한 신경세포가 파괴되고 있는 건 아니기때문에 왜 후각이 상실되는지는 불명이라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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