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항상 에너지 변환을 이용한다. 대부분 발전 시스템은 열에너지와 위치 에너지를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고 또 전기 에너지로 변환한다.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배터리는 화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열을 비롯한 에너지와 일을 연구하는 학문은 열역학이라고 불리며 이 기초가 된 이론은 19세기 제창된 카르노 사이클(Carnot cycle)이다.
1813년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며 프랑스 파리에선 쿠데타가 발생했다. 이에 프로이센과 오스트리아가 프랑스가 들어왔다. 당시 파리에 있던 이들 중에는 카르노(Sadi Carnot)가 있었다.
크라노의 아버지는 나폴레옹 부하였던 장군으로 나폴레옹이 러시아에서 패배하고 쿠데타로 실각한 뒤 프로이센에 망명해 카르노 역시 아버지와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군인이자 물리학자이기도 했다. 카르노는 아버지와 당시 첨단이던 증기기관에 대해 많이 토론했다고 한다. 당시 프랑스는 불안정했고 공업 기술에서도 영국에 크게 뒤쳐져 있었다. 카르노는 증기기관이 열에너지 3% 정도 밖에 변환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증기기관이 열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면 이런 상황을 크게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카르노가 생각한 효율적인 열역학 엔진 이론이 바로 카르노 사이클이다. 카르노 사이클은 이상적 기체로 채워진 피스톤을 가정한다. 이 피스톤 내부에 있는 기체는 출입할 수 없고 열이 전해지는 건 바닥 부분 뿐으로 상부에 플라이휠이 붙어 있다는 설정이다. 이 피스톤을 가열된 금속판 위에 놓으면 피스톤 내부 기체가 따뜻해지고 팽창하고 피스톤을 밀어 올려 플라이휠을 돌린다.
중간에 가열된 금속판을 제거해도 플라이휠이 계속 회전하기 때문에 피스톤은 계속 밀어 올려져 기체는 계속 팽창한다. 하지만 열 유입이 없어지기 때문에 피스톤 내부 기체는 팽창과 함께 온도가 저하된다.
그런 다음 피스톤을 식힌 금속판 위에 놓으면 피스톤 내부 가스가 식혀 수축, 피스톤이 떨어진다. 동시에 가스가 압축되고 열이 금속판으로 흘러나온다. 또 차가운 금속판을 떼어내면 플라이휠 기세로 피스톤이 더 밀려나 기체가 압축되어 이번에는 피스톤 내부 기체 온도가 상승, 첫 번째 상태로 돌아간다.
이런 4단계 반복으로 외부에서 가해진 열을 효율적으로 플라이휠 회전 에너지로 변환하는 게 카르노 사이클이다. 카르노 사이클은 외부에서 주어진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회전으로 변경하고 있는 것만으로 최종적으론 첫 상태로 돌아간다는 게 포인트다. 하지만 에너지 변환 효율은 100%가 아니다. 플라이휠 회전에너지(E)는 열한 금속판에서 유입되는 열량(QH)에서 냉한 금속판에 유출되는 열량(QC)을 뺀 만큼이다.
변환 효율은 카르노 사이클에 가한 열량이 회전 에너지에 얼마나 변환됐는지가 되기 때문에 E/QH)로 구해진다. QH가 존재하는 이상 E 또는 1 그러니까 100%가 되지 않는다. QH는 기체가 피스톤을 밀어 올린 일(∫FH dx)에 상당하고 QC는 기체가 피스톤을 밀어 내린 일(∫FC dx)에 상당한다.
그리고 가열된 금속판 위에 놓아 기체가 따뜻해졌을 때 피스톤 내 기체는 저온 때보다 큰 압력을 피스톤에 가하기 때문에 항상 QH는 QC보다 커진다. 엔진 효율(E/QH)을 높이려면 고온시와 저온시 온도차를 크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영국 물리학자 윌리엄 톰슨(William Thomson)은 카르노 사이클을 더 발전시켜 기체를 극단적으로 팽창시켜 실질적으로 기체 입자가 움직임을 멈추는 곳까지 식힌 경우를 상정했다. 만일 기체 입자가 움직임을 멈춘다고 하면 기체가 피스톤을 밀어내는 일 그러니까 QC가 0이 되므로 카르노 사이클 효율은 100%가 된다. 이 실질적으로 기체 입자가 움직임을 멈추는 상태가 절대 영도라는 생각이 된다.
다만 카르노 사이클은 어디까지나 이상적이며 현실에선 실현 불가능하다. 피스톤은 원래 위치로 되돌리려면 열을 버려야 하며 모든 에너지가 플라이휠 회전으로 변환되지 않기 때문이다. 피스톤 안 기체는 이상 기체대로 행동하지 않고 실제 피스톤이나 플라이휠에는 마찰이 있어 한층 더 열은 주위로 확산되어 버린다. 열이 다른 장소로 전해져 버리면 이를 되찾는 건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현실에선 4단계를 마친 뒤 처음과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는 집중하고 있을 때 가장 사용하기 쉽고 확산하고 있을 때가 가장 사용하기 어려워진다. 독일 물리학자인 루돌프 클라우지우스(Rudolf Clausius)는 카르노 사이클 연구 중 열 확산 정도를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고안했다.
따뜻한 요리를 방치하면 차가워지는 것도, 차게 한 차가 서서히 미끄러져 가는 것도 열이라는 에너지가 시간과 함께 확산되어 가기 때문이다. 클라우지우스는 연구 결가에서 열역학 제1법칙, 열역학 제2법칙이라는 형태를 발표했으며 클라우지우스는 제2법칙에 대해 열은 저온의 것으로부터 고온으로 전해진다고 할 수 없고 우주 에너지는 불변이지만 우주 엔트로피는 증가한다고 말한다.
덧붙여 카르노 사이클 자체는 실현 불가능하지만 1816년 스코틀랜드 목사였던 로버트 스털링이 고안한 스털링엔진(Stirling engine)은 카르노 사이클에 꽤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