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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웹우주망원경과 동성애 혐오

지난 2021년 12월 25일 발사된 제임스웹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은 2022년 7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이후 다양한 발견과 귀중한 데이터를 과학계에 안겨왔다. 하지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이름 유래가 된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 2대 책임자인 제임스 E 웹(James E. Webb)은 동성애 혐오자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어 명명에는 소동이 있었다고 한다.

동성애 혐오자가 아니냐는 논란 와중에 있는 제임스 웹이지만 차별주의자라는 일면으로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케네디 정권 하에서 나사 책임자로 임명된 그는 흑인 엔지니어와 과학자를 나사에 불러오고 인종차별주의적인 정론을 전개하고 있던 앨라배마 주지사로부터 흑인 등용을 멈추라는 압력을 받았을 때에는 앨라배마주에 있는 마샬우주비행센터로부터 유능한 과학자를 중앙에 불러들일 것이라는 말을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하지만 트루먼 정권 하에서 국무성 차관을 맡은 웹은 인종차별과는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바로 동성애 차별이다. 당시 반공산주의 선두에 있던 매카시 상원의원 등이 이끄는 공화당 우파 그룹은 국무부를 공격하고 공산주의자나 당시는 변질자 취급했던 동성애자를 끌어내려고 했다고 한다.

남플로리다대학 역사학 교수로 동성애 차별 관련 저서(The Lavender Scare)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K 존슨은 자발적으로 적화 공포(Red Scare)와 마찬가지로 라벤더 사냥(Lavender Scare)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 대한 공격이었다. 이런 시류에 대해 웹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대해선 분명하게는 알려져 있지 않다. 트루먼 대통령은 웹에게 공화당 조사를 늦추도록 조언했지만 웹은 법적인 명령에 공공연히 거절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나사에는 웹이 상원 조사관에게 인사 파일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동성애자를 배척하는 라벤더 사냥에 의해 20년간 5,000명, 모두 1만 명에 달하는 동성애자 직원이 정부에서 쫓겨나게 됐다. 이 중에는 동성애 행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나사 에산 분석가인 클리포드 노턴도 있다. 웹이 노턴 체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이를 덮었는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노턴은 이 체포로 직장에서 쫓겨났다.

이런 동성애 차별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시대가 있었던 건 나사에게는 큰 오점이다. 나사 빌 넬슨 국장은 2022년 11월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십 년간 LGBTQI+의 연방정부 직원 차별이 단순히 용인됐을 뿐 아니라 부끄럽게 연장 정부 정책에 의해 조장되어 왔다면 제2차세계대전 이후 일어난 라벤더 사냥은 미국사와 LGBTQI 권리를 위한 투쟁에 있어선 급소 같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웹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공무원을 해고하는 시책 주도자 또는 지지자였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웹이 동성애 차별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부정하고 있다. 또 인종차별에 엄연히 대응하는 자세를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흑인물리학자협회(National Society of Black Physicists) 회장은 웹의 공정한 평가는 인종분리주의자 주지사에 맞서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남부 출신인 자신에게 당시 웹은 영웅적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웹에 대해 비판자는 나사와 국무부에서 이뤄지던 동성애 차별을 웹이 묵인하고 있었다고 규탄하고 있다. 한 저널리스트가 2015년 기고한 글에선 웹은 국무부에서 이 숙청을 주도했다고 비난하며 웹을 동성애 혐오자라고 지적했다.

과학계에서도 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뿌리 깊고 2021년 5월 천문학자 4명이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명칭 변경에 관한 청원을 개시했는데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 시간으로 수상된 과학자를 포함해 1,250명 서명이 모였다고 한다. 천문학자 4명은 또 웹이 국무부에 있을 당시 동성애자와 성적 도착자 문제라는 제목 메모를 동성애자 차별 선두에 있던 의원에게 건네줬다고 나타난 기록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웹이 정부기관 수천 개 중 하나에 근무하는 직원이 동성애 차별로 실직한 걸 몰랐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웹이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고 말하는 활동가는 시대착오적이라며 당시 정부에서 누구도 이게 잘못됐다고 말할 수 없었으며 게이도 이건 마찬가지였다고 지적한다.

이런 논쟁에 대해 누가 공적을 찬양할 수 있을지 과거 인류 위업과 현대 사회 정의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지는 난제 핵심이며 또 과거 시대와 사람을 현대적 도덕 관점에서 보는 현대주의(presentism)를 둘러싸고 역사가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논쟁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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