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악순환을 경고한 바 있는 경제학자 러셀 네이피어(Russell Napier)는 구조적으로 상승한 인플레이션과 금융 억압이 15∼20년간 지속된다고 주장하며 투자자가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를 공유해 눈길을 끈다.
그는 우리는 경제가 자유 시장으로 인도되고 있다는 생각에 익숙해져 왔지만 지금은 자원 배분은 대부분을 시장에 맡기지 않는 시스템으로 이행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정부가 자본 배분에 큰 역할을 하는 경제라며 이는 1939년부터 1979년까지 우세했던 시스템이며 새로운 게 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런 변화가 일어난 주요 이유는 단순힌 부채 수준이 단순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민간과 공공 부문 부채 총액은 GDP 290%에 달하고 있으며 프랑스에에선 371%, 일본을 포함한 서유럽 국가에선 250%가 넘는다. 2008년 대불황과 비교하면 채무 수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다.
리먼쇼크가 발생한 2008년 당시 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에 의한 부채 청산 위기에 처해 있어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공적 채무 대비 GDP를 낮춰야 했지만 이를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명복 GDP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 수법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간 사용되어 왔다고 한다.
하지만 2022년 시점 다시 시스템 붕괴 위기가 찾아오려 한다. 원인에 대해 네이피어는 화폐 창조를 통제하는 힘이 중앙은행에서 정부로 옮겨진 게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때 은행 신용에 반대로 국가 보증을 한 것으로 정부는 사실상 화폐 창조를 제어하는 레버를 이어받았다. 한층 더 박차를 가한 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라는 지적이다. 코로나19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 긴급 조치에 불과했던 정책이지만 전쟁이 겹쳐서 에너지 위기라는 또 다른 긴급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긴급 사태가 겹쳐 정부는 이런 정책에서 철수하지 못하고 있다. 2020년 2월 이후 EU권 내 기업에 대한 은행 대출 통계에 따르면 독일에선 신규 대출 중 40%가 정부 보증채이며 프랑스에선 신규 대출 70%, 이탈리아에선 100%를 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은행에 보증 대출을 실시하는 방법과 장소를 지시하고 신용 보증을 증가시켜 에너지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프로젝트, 기후변화 대책을 위한 일반 투자 등 원하는 곳에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화폐 증가를 유도해 정부는 경제 명목 성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율로 명목 GDP를 성장시키는 건 높은 수준 부채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입증됐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영국을 포함한 수많은 국가가 이 방법으로 부채를 해소했다. 물론 아무도 공식적으론 말하지 않고 대부분 정치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율을 높여 명목 성장을 밀어 올리는 게 여기에선 바람직한 결과다. 많은 구미 국가에선 총 부채 잔고 대비 GDP 비율이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엄청난 성장 감속 심지어 경기 침체로 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신용이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걸 봤을 때 이런 이론을 확신했다며 정부 보증을 믿고 은행이라면 대출을 계속하고 명목 GDP는 계속 성장할 것이며 명목상 경제는 축소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불황 하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이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오일 쇼크가 발생한 1970년대 전 세계 공황 시대에 보였던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네이피어는 전혀 넌센스라고 일축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실업율의 조합이다.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 발생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자산 관리, 투자, 금융 시장에 대한 책을 집필한 벤 칼슨도 스태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이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것이지만 당국은 1970년대 동향을 깊이 연구해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며 1970년대와 같은 인플레이션이 반복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