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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없이 이온풍으로 비행한다?

MIT 연구원이 가동부 없는 비행기로 연속 비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폭 5m짜리 예전 복엽식 글라이더 같은 기체지만 날개에 있는 전선을 통해 4만 볼트에 달하는 전압을 흘려 공기 분자를 이온화하고 날개 뒤쪽에 위치한 마이너스 전극으로 향하는 기류를 발생시켜 이를 통해 추진력과 양력을 얻었다고 한다.

이 같은 원리는 1920년대에 발견된 것이다. 이온크래프트라는 불리는 구조 자체는 과학 공작 같은 수준에선 가능하지만 고압을 이용해야 하는 탓에 그간 대형화가 어려웠다.

스티븐 바렛(Steven Barrett) MIT 항공우주학 교수는 이 같은 이온 항공기는 영화 스타트랙 시리즈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열심히 본 SF 영화에서 미래에는 항공 우주 기기 자체가 거의 움직이는 부분 없이 소음이나 배기도 발생하지 않고 푸른빛을 내면서 공중에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 비행기에는 프로펠러나 제트엔진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9년 전부터 이를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다가 1920년대 발견된 이온풍이라는 현상을 접하고 이를 비행기의 추진력으로 이용하는 걸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몇 년에 걸친 연구 끝에 탄생한 최종 디자인은 폭 5m 기체에 무게는 2.3kg, 날개 모서리에 붙은 와이어 어레이는 양극, 후방에 위치한 굵은 와이어는 음극으로 이뤄져 있다.

동체부에는 리튬폴리머 전지를 구성하고 통전하면 4만 볼트 전압을 와이어에 보낸다. 이렇게 하면 양극 주위 공기 분자에서 음으로 바뀐 것 외에 남은 공기 분자는 이온화된 음극 쪽으로 빨려간다. 이 때 이온은 다른 공기 분자와 충돌을 반복하면서 비행기의 추진력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이온 항공기는 60m에 걸쳐 고도를 유지하면서 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물론 아직은 가감속이나 고도 조정 등을 제어하기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실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렛 교수는 이 기술이 단순히 날아갈 수 있다는 것 외에도 움직이는 부품이 없어 상당히 조용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는 도심 상공에 배송이나 교통 감시, 대기 오염 측정 등 다양한 드론이 난무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프로펠러식 드론은 소음이 크고 근처에 바람이 부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이온풍 원리를 응용하면 소음 우려를 불식시킬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그 밖에 기존 엔진을 갖춘 비행기에 통합, 하이브리드 비행기로 하면 연비 개선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가동부가 없다는 건 문제 발생 여지가 적고 유지보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바렛 교수는 현재 더 낮은 전압에서 효율적으로 추진력을 얻을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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