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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충돌 시험, 예상보다 궤도 더 바뀌었다

지구에 충돌할 것 같은 소행성이나 혜성 궤도를 어긋나게 한다. 언뜻 들으면 SF 영화나 소설 같지만 실제로 미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지난 9월 소행성에 우주선을 부딪쳐 궤도를 어긋나게 하는 능력을 실증하는 DART 미션을 실행했다. 이미 우주선이 소행성에 부딪쳤다는 게 확인됐지만 새롭게 나사가 소행성 궤도가 얼마나 어긋났는지 발표했다.

DART 미션에선 냉장고 크기 무인 우주선인 DART를 날려 지구 근방 소행성인 디디모스를 공전하는 직경 170m짜리 위성인 디모르모스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게 목표다. 디디모스와 디모르모스는 2.1년 주기로 태양을 주회하고 있지만 지구에 위협을 주는 것으로는 여겨지지 않는다.

지난 9월 26일 DART는 훌륭하게 디모르모스와 충돌했다. 이 때 충돌 직전 DART가 촬영한 디모르모스 영상도 공개되어 있다. 나사는 충돌 후 2주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계속해 10월 11일 DART가 디모르모스 궤도를 바꾸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디모르모스는 DART 충돌 전 디디모스 주위를 11시간 55분에 주회하고 있었지만 충돌 뒤에는 미모르모스와 디디모스 거리가 수십m 정도 줄었고 주회 시간이 11시간 23분으로 단축됐다고 한다.

당초 DART 미션을 성공으로 보는 기준으로 마련했던 건 주회 시간을 73초 이상 바꾸는 것이었다. DART 충돌 후 나사는 최대 10분 가까이 주회 시간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이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또 허블우주망원경이 10월 8일 촬영한 디디모스와 디모르모스 사진을 보면 DART 충돌에 의해 흩어진 미모르모스 파편이 꼬리처럼 보인다. 나사 측은 충돌에 의해 우주에 산란한 암석도 디모르모스 궤도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고 DART 충돌에 의한 운동량 전달 효율 등도 포함해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나사 측은 진지하게 지구 방어자가 되려 하며 이를 증명했다면서 행성 방어와 모든 인류에게 분기점이 되는 순간이라고 밝혔다. 물론 지구를 지키려면 우주선을 소행성을 부딪쳐 궤도를 어긋나게 하려면 사전에 충돌을 알아야 하고 우주선 조정이나 발사 등 준비 기간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소행성에 우주선을 부딪쳐 궤도를 어긋나게 하는 게 가능하게 보여진 건 앞으로 지구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소행성을 발견했을 때 희망이 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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