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은 번식기가 되면 한 곳에 모여 콜로니라는 집단 번식지를 형성한다. 이곳에서 수컷은 둥지 만들기에 나서 자신의 힘과 짝짓고 알을 낳는다. 수컷과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반드시 정해진 상대 1마리와만 쌍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펭귄이 일부일처제를 하는 건 둥지 유지와 알 부화, 사냥 등을 효율적으로 분담하기 위한 헌신적인 파트너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클랜드대학 행동생태학자인 엠마 마크스는 사회적 일부일처제는 필수 조건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번식은 실패로 끝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순결 관념은 종에 따르 크게 다르다. 많은 종은 번식기가 되면 상대방 한 마리와만 쌍을 이루지만 일부는 둥지를 만들기 전에 여러 펭귄과 짝짓기를 할 수 있다고 한다. 2013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갈라파고스 펭귄은 89%가 번식기에 특정 파트너와 함께 있다는 걸 알 수 있으며 다른 종 펭귄에서도 59∼89%가 특정 파트너와 합류한다. 한편 1999년 연구에선 황제펭귄은 번식기에 특정 파트너를 찾고 있는 건 전체 중 15%에 그쳤다고 보고됐다. 마크스는 펭귄과 같은 류는 일부일처제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게 과외 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한다.
마크스에 따르면 펭귄은 사회적으로 일부일처제지만 성적으론 일부일처제는 아니라고 한다. 예를 들어 암컷이 번식기에 콜로니로 돌아와도 짝짓기 상대인 수컷이 범고래에 먹혀 버리거나 병으로 죽는 등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려와 사별을 한 펭귄은 다른 수컷이 있는 둥지로 들어가서 동거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원래 수컷이 파트너가 둥지로 돌아오게 되면 쟁탈전이 일어난다. 대부분은 원래 파트너였던 펭귄이 이긴다고 한다.
수컷의 경우도 자신이 키우고 있는 새끼가 과연 자신의 아기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한다. 2018년 발표된 연구에선 유타주 수족관에서 사육된 펭귄 수컷 1마리를 관찰했다. 이 연구에선 파트너가 동료와 난교해 관찰 대상이 된 펭귄이 각각 다른 수컷 후손 2마리를 키우게 됐다고 보고됐다.
마크스는 펭귄 커플이 장기적으로 함께 있을지 여부는 이전 시즌 번식 성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새끼를 무사히 키울 수 있고 더구나 수컷이 좋은 곳에 고품질 둥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암컷이 이전 파트너로 돌아가지 않을 확률은 높아진다고 한다. 다만 번식에 실패하면 다음 시즌 이혼해 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물론 사별이나 새끼 육성 실패 뿐 아니라 음식 문제도 펭귄 번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기후변화나 인간 어업 활동에 의해 콜로니 주변 크릴 수가 줄면 펭귄은 번식에 사용하는 콜로니를 잃게 된다. 또 기후변화에 따라 해빙과 해류가 변화하면 펭귄이 식민지에 도착할 수 없게 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때 2만 5,000마리 황제 펭귄이 쌍으로 모여 있던 남극 한 지역은 2016년 불모의 땅이 되고 있다고 한다. 마크스는 기후변화가 번식 콜로니 성공률을 낮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번식 실패율이 높아지면 반드시 펭귄 부부 이혼율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