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는 수많은 세서를 탑재한 컴퓨터가 상황을 판단해서 주행한다. 이 과정에서 계속 엄청난 데이터가 발생하는 건 물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는 차량 상태나 주위 환경 등 자율주행 차량 개발이나 안전 대책 등에 소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데이터에 대한 재산권 혹은 데이터베이스 저작권은 대부분 자동차 제조사가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 유럽연합 의회에선 자율주행 차량 관련한 눈에 띄는 사항이 올라왔다. 자율주행 차량이 생성한 데이터는 자동 생성된 것이며 창작물이 아닌 만큼 데이터베이스를 저작권에 의해 보호하는 건 부당하다는 내용을 담은 안이었지만 이 규칙은 부결됐다.
이에 따라 자율주행 차량이 만들어낸 데이터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것으로 됐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건 데이터는 누구의 소유인지 여부다. 자율주행 차량이 생성하는 데이터는 자율주행 차량의 안전성 평가나 품질 향상, 실제로 차량이 사양대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데이터는 사용자와 체결한 합의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에 소유권이 있다.
예를 들자면 존디어(John Deere)라는 브랜드로 농업용 차량이나 건설 장비를 개발해 판매 중인 제조사 디어앤컴퍼니를 들 수 있다. 이 기업의 농업용 트랙터는 토양의 비옥도를 습도 센서 등으로 판단해 cm 수준 정밀도로 위치 정보를 포함한 농지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해당 데이터는 사용자의 농업 생산에 활용되는 것. 그런데 사실 주도권은 업체 쪽에 있다.
트랙터가 생성한 데이터는 직접 농가가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개방되어 있는 데이터 역시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하다. 데이터는 종묘 기업인 몬센토(Monsanto)가 제공하는 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사용자가 미리 업체와 맺은 계약에 따라 정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저작권 관리, DRM에 의해 보호되는 것인 만큼 위법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제조사 등 데이터 권리를 소유한 측은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이는 상업적 활동의 일환인 만큼 기본적으론 가책을 느껴야 할도 아니다. 다만 자율주행 차량처럼 폭넓은 용도로 사용하는 자동차가 만드는 데이터는 비즈니스 활용 뿐 아니라 안전성 향상이나 품질 평가 심지어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교통 시스템이나 도시 설계에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래 혁신을 위한 자산이 숨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그런데 이 같은 데이터를 특정 기업이나 사람이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해당 자산이 제대로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자율주행 차량이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그 자체가 돈나무가 될 수 있는 상태라기보다는 해당 자산을 사회에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려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과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