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유인 로봇은 SF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도 개발이 이뤄져왔다. 미 공군특수병기센터가 1960년대 개발한 유인 로봇 비틀(Beetle)도 이런 시도 중 하나다.
1950년대 원자력은 꿈의 에너지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소련과 냉전 상태에 있던 미국은 멀리 모스크바에 핵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핵 폭격기를 구상하고있었으며 추진력은 원자력을 상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핵 폭격기는 거대한 원자로가 필요하다. 거대한 원자로를 비행기에 탑재하면 인간 승무원에 방사선 영향이 없도록 장애물을 탑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원자력 추진 핵 폭격기는 비표준 크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인간이 이런 거대한 핵 폭격기 정비를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또 원자로를 탑재한 폭격기를 정비하는 걸 생각하면 인간 정비사는 강렬한 방사선 위험 노출 위험이 있다. 1940년대 플루토늄 덩어리를 이용한 실험에서 과학자가 생명을 잃은 사고가 2번 발생해 군도 방사선으로 인간이 어떻게 되는지 파악했다.
다라서 인간 정비사가 방사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면서 거대한 원자력 폭격기를 정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너럴일렉트릭 자회사가 개발한 거대 로봇이 바로 비틀이었다.
높이는 8.2m, 중량 77톤에 이르는 비틀은 하반신이 M42 살포기 자주 고사 기관포에 원통형 상반신에 39톤 파워를 자랑하는 자주식 로봇팔이다. 비틀은 원자력 추진 폭격기 정비를 목표로 3년에 걸쳐 150만 달러를 들여 개발했다. 따라서 상반신은 사람이 탑승해 조작할 수 있지만 전면과 좌우에 두께 60cm 납유리와 철판을 부착했고 카메라와 잠망경으로 주변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비틀이 개발된 직후 1962년 발행된 과학 잡지 파퓰러사이언스에선 비틀은 국가 핵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로봇이며 원자력 로켓 엔진 수리와 유출 방사능 제거, 수소폭탄 피해자 구출 등을 위해 존재한다며 대서특필해 당시 관심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비틀에 문제가 없던 건 아니다. 연료관 고장과 플러그 이완에 따른 오일 분출, 암 다이오드 단선, 보조 발전기 정지 등이 여러 번 일어나 미 공군이 고생했다. 원자력 폭격기 자체도 개발이 지체되면서 비틀 개발도 결국 중단됐고 미국에서 마지막 핵 실험이 실시된 네바다 핵실험장에 기밀 폐기물로 버려졌다.
하지만 비틀 개발은 낭비된 건 아니며 비틀 개발자는 로봇팔 개발에 크게 공헌했다. 비틀 조작 기술은 심해 잠수정 원격 수중 조작 RUM(Remote Underwater Manipulator) 발명으로 이어졌으며 1986년 타이타닉호를 탐사한 유인 심해 잠수정 앨빈호 팔의 원형이 되기도 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