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올려다보면 어듬 속에 별이 반짝이는 게 보이지만 우주에는 밝게 빛나는 별과 은하가 무수히 존재하는 걸 감안하면 밤하늘은 별빛으로 낮처럼 밝아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우주는 어두워 보일까.
하늘은 눈부신 빛으로 덮여 있을 것이라는 의문은 천문학자와 물리학 사이에선 올베르스 역설(Olbers ‘paradox)로 알려져 있다. UCSC 천체물리학자인 텐리 허친슨-스미스(Tenley Hutchinson-Smith)에 따르면 이 역설은 우주의 팽창으로 설명된다는 것.
그는 우리가 있는 우주는 빛보다 빠르게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멀리 있는 은하 빛은 파장이 지연되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과 마이크로파 등 전파로 바뀌어 있을 수 있다며 다시 말해 멀리 있는 별빛은 사람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주는 어둡게 보인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우주는 보이지 않는 빛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이 빛은 빅뱅의 잔광이라고도 하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으로 관측된다. 한 전문가는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에 대해 별은 모두 빛을 발하며 여기에는 자외선이나 적외선처럼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빛도 포함되어 있다며 따라서 만일 인간이 마이크로파를 볼 수 있다면 우주 전체가 눈부시게 빛나게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주가 어두워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우주에는 지구 대기와 같은 물질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구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건 대기를 구성하는 질소나 산소 등 분자가 태양광에 포함된 파란색과 보라색 빛을 모든 방향으로 산란시키기 때문이며 이 현상은 레일리 산란(Rayleigh scattering)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공에서 빛은 발생원으로부터 관찰자까지 일직선에 도착한다. 우주 공간에는 성간가스 입자 등이 있기 때문에 엄밀하게는 진공이 없지만 빛을 산란시키는 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구 하늘을 밝헤 하는 것 같은 현상도 발생하지 않고 어두워 보이는 것이다.
또 최근 연구에선 우주는 지금까지 과학자가 생각했던 만큼 어둡지 않을 가능성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국립광학천문대 관측팀이 2021년 4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우주 탐사선이 관측한 데이터에서 알려진 별과 은하 빛 등을 제거한 우주 배경 빛을 촬영한 결과 예상보다 2배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우주가 예상보다 밝았던 이유는 향후 연구 과제다. 이런 점에서 혹시 우주는 칠흑이라기보다는 다크그레이일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