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자신의 기업 블루오리진(Blue Origin)이 개발한 뉴셰퍼드(New Shepard)를 타고 7월 20일 오후 10시 12분 우주여행에 나서 무사히 귀환했다. 고도 100km에 도달했고 베조스를 비롯한 승무원은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을 체험했다.
이번 우주비행에는 베조스 외에 그의 동생인 마크, 전직 여성 우주비행사 프로그램 참가자인 82세 윌리 펑크, 빈자리를 마지막에 구입한 올리버 대먼이 탑승했다. 이들은 100km 카르멘 라인을 초과한 우주 공간에서 무중력 상태를 짧게 즐겼다. 비행 자체는 모두 자동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선내에 조종사는 없었고 발사에서 착륙까지 11분 만에 끝났다.
블루오리진은 버진갤럭틱 뿐 아니라 조만간 상업 우주여행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본격적인 여행을 계획하는 수준까지 이르지 않았고 티켓 발매는 하지 않았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의 경우 이미 국제우주정거장에 인원 수송을 성공시키는 등 뛰어난 실적을 보유했지만 민간 승무원을 우주로 내보내는 건 올해 말 실시할 예정이다.
억만장자가 자신의 자금을 들여 우주선을 만들어 직접 우주로 가서 우주여행 사업을 판매한다는 면에선 버진갤럭틱이나 블루오리진 모두 같다. 다만 블루오리진 입장에서 이번 발사는 몇 년에 걸친 무인 시험 비행을 거듭해 마침내 상업 서비스 전환이 가능하게 된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건 민간 유인 우주비행이 점차 일반화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이들 3개사는 민간 우주 기업 중에서도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이 산업을 얼마나 빠르게 성정시킬 것인지에 주목할 만하다. 참고로 제프 베조스는 우주 공간에 떠있는 콜로니를 건설하고 싶다는 생각도 밝히고 있다. 블루오리진 측은 이번 첫 유인 비행이 수백만 명이 우주에서 생활하고 일할 수 있다는 비전을 향한 큰 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베조스가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지상에선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서명 운동이 전개되어 17만 5,000명 이상이 찬성을 했다고 한다.
한 사용자가 온라인 서명 사이트(change.org)에서 지난 6월 제프 베조스의 지구 귀환을 불허해야 한다는 제목으로 서명을 한 것. 서명 발기인은 이 캠페인에 대해 억만장자가 앞다퉈 우주여행을 하는 건 양식을 얻기 위해 필사적으로 일하는 노동자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 같다며 소수 억만장자가 동의하면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가 지구상에 산적해 있으며 굶주림과 노숙자, 빈곤을 없애려면 돈이 들지만 대저택 몇 채를 짓고 요트를 몇 척 구입할 돈이 있다면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억만장자와 대기업은 사회적 지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제프 베조스는 연민과 인류를 은하 어딘가에서 찾을 때까지 우주에 머물러 있는 게 좋지 않겠냐고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20일 텍사스 사막에 떨어진 귀환 캡슐에서 내린 베조스는 우주에 다녀온 소감에 대해 최고의 날이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