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는 여전히 의료 관계자조차 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는 국가가 여전히 다수다. 6월 21일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 중 10.04%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10.04%는 거이 모두 선진국에 쏠려 있다. 빈곤과 질병 등 지구 규모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는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저소득 국가에서 1차 접종을 마친 비율은 0.9%에 불과한 상황이다.
아메리칸대학에서 의료 불평등 문제를 연구하는 마리아 지 제수스(Maria De Jesus) 교수에 따르면 이런 백신 격차 배경에는 선진국이 백신을 미리 사재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은 12억 회 분량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마치고 전 국민 중 80%가 한 번 더 백신 접종을 완료할 수 있는 양이다. 캐나다의 경우 3억 8,100만 회로 전 국민이 백신 접종을 5번 끝낼 분량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백신 조달량이라는 관점에서 세계를 구분하면 아메리카 대부분 국가와 호주 등은 전국민에게 필요한 분량을 초과하는 백신량을 확보하고 있다. 참고로 러시아와 중국 같은 국가는 자국산 백신을 사용하며 접종률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백신 격차를 시정하지 않은 채 방치하면 코로나19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2020년 노스이스턴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각국이 협력해 공정한 백신 배포 계획을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면 사망자가 61% 줄어드는 반면 선진국이 자국 접종을 우선하면 사망자 감소율은 33%에 그칠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런 사태에 대한 좋은 예로 에이즈(AIDS)다. 에이즈는 1990년대 효과적인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이 등장해 선진국에선 수백만 명이 구원받았다. 하지만 이런 항레트로바이러스 약물은 고가이고 첫 항HIV 약물은 1년간 필요한 비용이 당시 가격으로 8,000달러였다. 요즘 환율로 환산하면 1만 9,000달러에 달한다. 또 가격 폭락 우려로 제약사는 항HIV 약물 가격을 국제적으로 통일했기 때문에 빈곤 국가는 손에 대기도 어려웠다. 에이즈가 맹위를 떨치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에선 2000년 시점 2,200만 명이 감염되어 있으며 3분의 2 지역에선 성인 HIV 양성 비율이 7.5∼10%다.
또 백신이 닿지 않는 국가가 남아 있으면 변이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장기화된 지역에선 바이러스가 변이할 가능성이 높아 더 감염력이 강하거나 치명적이거나 높은 공격적인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주가 만들어져 버릴 우려가 있는 것.
이런 점에서 부유하고 고급 백신 접종을 받은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 백신 생산 인프라를 세계에 구축하고 생산을 세계적으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