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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홀캐시프로토콜, ERC-20 대항마 노린다

얼마 전 비트코인닷컴은 웜홀 캐시 프로토콜(Wormhole Cash protocol)을 발표한 바 있다. 웜홀 캐시 프로토콜을 이용하면 개발자는 앞으로 비트코인닷컴에 호스팅되는 형태로 비트코인 캐시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웜홀 캐시 프로토콜은 현재 암호화폐 토큰에서 군림하는 ERC-20에 대항마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암호화폐 시장은 크게 코인과 토큰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코인은 자체 블록체인을 가진 암호화폐를 말한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게 대표적인 예다. 반면 토큰은 기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특정 자산이나 유틸리티를 뜻한다.

토큰은 ICO를 할 때 중요한 요소다. 보통 댑(DApp)에 대한 백서를 발표하고 자금 조달 라운드를 실시하는데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금을 모은 다음 자사의 토큰을 배포한다. 투자자는 투자를 하고 이에 따른 토큰을 배분받게 된다. 이런 토큰 대부분은 이더리움 네트워크로 구축한 것이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토큰은 전체 토큰 시장 중 83%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토큰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은 ERC-20이다. 이런 이유로 ERC-20은 댑의 왕이라고 불린다. ERC(Ethereum Request for Comments)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발행되는 토큰 표준이다. ERC-20은 지난 2015년 11월 깃허브를 통해 이더리움 프로젝트를 위한 댑 개발자인 파비안 보젤스텔러(Fabian Vogelsteller)가 공개한 것이다. ERC-20은 ETH 토큰이 지켜야 할 규칙에 대한 일반적인 목록을 정의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이더리움 생태계에서 작동하는 새로운 토큰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ERC-20은 사용자 친화적인 원칙과 단순화된 구조인 데다 고급 프로그래밍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 인기를 모았다. 기본적으론 깃허브에서 템플릿을 복사해 붙여 넣고 토큰 총량과 이름, 기호를 결정하고 얼마나 ETH 등을 투입할지 여부만 정하면 새로운 토큰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이 같은 ERC-20을 바탕으로 한 토큰은 무려 11만 종 이상이라고 한다. EOS나 TRON 같은 게 가장 유명한 예다. 이들 토큰의 시가총액은 각각 5, 12위를 차지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SEC는 “이더리움은 증권으로 분류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ERC-20 토큰은 시장에선 판매 방법에 따라서는 증권에 해당될 가능성도 있다.

ERC-20은 지난 2017년 ICO 인기몰이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ERC-20이 확산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선 ICO 시도가 큰 폭으로 올랐다. ERC-20이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업계에는 통일된 프로그래밍 규격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체 방식을 취해 거래소나 지갑, 응용 프로그램과 호환성에도 문제가 있어 이를 위해 토큰 관련 소프트웨어는 항상 업그레이드를 해야 했다.

물론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ERC-20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배치오버플로우(batchOverflow) 버그. 보통 사용자가 스마트 계약 주소에 실수로 ERC-20 토큰을 보내면 해당 자금은 계약에 묶인 형태가 된다. 이런 허점을 이용해 악의적인 해커가 엄청난 양의 토큰을 생성해 일반 주소로 입금하는 등 가격 조작에 취약성을 보이는 버그 탓에 지난 4월 일부 거래소에선 이더리움 기반 토큰 입출금을 막아버린 적도 있다. 이런 이유로 ERC-20을 대체하려고 도전장을 낸 프로토콜이 등장하게 된다. ERC-223이나 ERC-721, ERC-948 같은 걸 예로 들 수 있다.

비트코인캐시는 지난 2017년 8월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 기존 블록체인에서 떨어져 나간 것이다. 목적은 물론 직접 거래 통화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었다. 웜홀 캐시 프로토콜은 짜즈 지앙(Jiazhi Jiang)이 이끄는 중국 개발팀이 만든 비트코인캐시 블록체인에 대한 스마트 계약 프로토콜 업그레이드판이다. 백서는 지난 7월 발표됐다. 개발은 암호화폐 채굴 하드웨어 업체인 비트메인이 시작한 것. 비트메인 CEO인 우지한 역시 잘 알려진 것처럼 비트코인캐시 지지자이기도 하다. ERC-20을 통해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허용한 것처럼 사용자는 기본적으론 웜홀 캐시 프로토콜을 통해 비트코인캐시 블록체인 합의 규칙을 바꾸지 않은 채 스마트계약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웜홀 캐시 프로토콜은 오프리턴(OP_Return)을 명령코드로 채택하고 있다. 오프리턴은 비트코인캐시 프로토콜 내에서 데이터 운반 크기를 220바이트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해 블록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게 해준다.

웜홀 캐시 프로토콜은 웜홀캐시 WCH라는 기본 토큰을 지원한다. WCH는 비트코인캐시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에 필요한 것으로 새로 토큰을 만들거나 ICO 토큰 상장을 할 때에도 필요하다.

물론 웜홀 캐시 프로토콜이 ERC-20 토큰보다 뛰어난 기능을 보일지 여부는 알 수 없다. ERC-20과 같거나 혹은 다른 단점이 드러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 기존 ERC-20을 대체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더리움 기반 프토로콜인 ERC-777 역시 조만간 발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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