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서서 얘기를 하려고 대화를 시작하면 상대방이 좀처럼 얘기를 끝내지 않는다거나 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상대방이 대화를 그만 뒀다는 등 대화가 이상적인 시기에 끝나지 않은 경험이 많았을 것이다. 하버드대학과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모두에게 바람직한 타이밍에 대화가 끝나는 건 전체 중 2% 미만이며 무려 대화 중 98%는 양자가 납득할 시간에 끝나지 않는다고 한다.
대화에 의한 사회적 관계는 신체적, 정신적 행복감을 가져오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도대체 어떻게 대화를 시작하고 끝내는지에 대한 자세한 건 알려져 있지 않다. 연구팀은 실제로 열린 대화 길이와 사람들이 정말 기대했던 대화 길이간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조사를 실시했다.
첫 번째 조사에서 피험자 806명에게 최근 있었던 대화를 생각해달라고 그때 느낀 감정과 대화가 끝난 타이밍에 대해 답변했다. 피험자가 기억한 대화 중 80%가 애인이나 친구 또는 가족 등 친밀한 관계인 사람과 한 것이지만 피험자 중 66% 가까이가 여기에서 대화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시점을 지나 대화가 계속됐다고 답한 것.
두 번째 조사에선 피험자 252명을 실험실로 불러 서로 모르는 사람끼리 대화를 하게 했다. 이 실험에선 양자는 1∼45분 사이 대화를 계속하도록 하고 대화가 끝나면 피험자에게 인터뷰를 실시해 대화 중 느낀 감정과 대화를 마친 시기를 청취했다.
인터뷰 결과 첫 조사와 거의 같고 피험자 중 68% 이상이 중간에 대화를 끝내고 싶은 타이밍이 있었다고 답했다.
두 조사 결과를 분석하면 조사 대상이 된 대화 중 98% 이상으로 적어도 어느 한쪽이 원하지 않는 타이밍에 대화를 종료하고 양자가 원하는 시간에 종료한 대화는 2% 미만이었다고 한다. 이는 대화 상대방이 친밀한지 낯선지와 관계없이 거의 일관됐다고 한다.
대화가 원하는 시간에 끝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대화에서 서로 예의를 차리거나 대화를 끝낼 때 서로 암묵적 합의를 하려는 게 이유라고 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대화를 무의식적으로 하지만 흐름은 인생에서 습득한 대화 패턴에 따른 것이다. 대화 패턴은 상대방이 어느 정도 얘기하면 이번에는 자신이 말하거나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예비 발언을 넣는다. 후자의 경우 마지막으로 점심 먹으러 오면 어떠냐는 걸 점심은 먹었냐는 물음으로 한다. 이처럼 서로가 패턴에 따라 대화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대화는 길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누군가와의 대화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한다. 고속도로에서 다른 차량이나 벽과 충돌을 피하려고 출구를 주목하지 않는 경우처럼 대화고 출구는 많지만 흐름에 따라 끝낼 실마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것. 적절한 시간에 끝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출구까지 거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대화 종사자는 상대방 표정이나 시선, 몸짓 등 다양한 반응에 적응하고 그 때마다 대화 궤적을 미세하게 수정하지만 때론 상대방 반응을 오인하거나 간과할 수 있다. 따라서 한쪽이 대화를 끝내려고 해도 다른 한쪽이 대화를 계속하거나 반대의 경우가 생기게 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화가 거의 이상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결과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견해를 바꾸면 98%가 상대방이 기분 좋게 대화를 마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볼 수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