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은 병원체로 만든 항원을 투여해 감염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기 위한 의약품이다. 독감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등 항생제 효과가 없는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는 백신과는 조금 다르지만 실제 암 치료에 쓰이는 암 백신도 존재한다. 이런 암 백신 중 피부암 일종인 흑색종에 대한 암 백신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암 백신은 체내에 존재하는 암세포를 물리치는 면역요법 가운데 하나다. 암 백신은 T세포라는 면역세포를 훈련하고 체내 건강한 세포 속에 숨어있는 암 세포를 높은 정밀도로 인식해 파괴 대상으로 삼는다.
DFCI(Dana-Farber Cancer Institute) 연구팀이 개발하는 건 흑색종 세포에 있는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T세포를 훈련시켜 기능하는 백신으로 2013년 제1상 임상 시험을 시작했다. 연구팀은 흑색종 수술을 받은 환자 8명을 대상으로 연구 중인 암 백신을 접종하고 4년간 추적을 실시했다. 이 백신은 환자 자신의 암 세포에서 얻은 RNA로부터 예측되는 특정 단백질을 새로운 항원으로 T세포를 기억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8명 중 환자 2명은 조기에 암이 재발했지만 6명은 암 재발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채취한 혈액 샘플에서 암 백신 접종 후 적어도 4년은 T세포가 표적이 되는 단백질을 계속 기억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또 연구팀은 암 백신 접종에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흑색종에 관련된 다른 단백질도 인식하게 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암 백신에 의해 표적 단백질을 기억하는 T세포가 흑색종 암세포를 공격한 뒤 이 공격 암세포에 포함된 정보를 확인한다. T세포가 미래 공격에 대비해 더 많은 정보를 모아가는 것으로 원래 암 백신에 없던 항원도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암이 재발한 환자 2명은 모두 암이 폐에 전이하고 있던 것으로 면역 검사 억제제를 투여했다. 그러자 암 백신과 면역 검사 억제제를 모두 투여해 두 환자에게서 검출 가능한 암이 제거됐다고 보고하고 있다.
면역 검사 억제제는 원래 2011년 흑색종 치료제로 승인된 약물이다. 인체는 면역체계가 폭주해버리지 않게 면역세포인 T세포 증식과 기능을 억제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암세포는 이 억제 시스템을 이용해 T세포 움직임을 억제하는 신호를 내고 공격에서 해방된다. 면역 검사 억제제는 이 T세포에 걸리는 브레이크를 해제해 암세포에 대한 면역 반응을 향상시킨다.
연구팀은 치료 기간 초기에 완전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건 아주 드문 일이라면서 환자 2명 사례는 암 백신 면역 검사 억제제와 함께 작용해 효과가 높아졌다는 걸 나타내는 징후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 대해 유망한 결과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피험자가 8명 뿐이기 때문에 암 백신 효과를 설명에는 이르지 못하고 더 많은 시험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