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캔으로 만든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무려 8년 1개월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긴 노출 시간을 들여 촬영한 사진이 공개되어 있다.
카메라 사진 촬영은 셔터를 개방해 렌즈를 통한 빛이 필름에 새겨 기록된다. 따라서 셔터를 여는 시간인 노출 시간을 길게 설정하면 화각에 담긴 빛이 모두 기록되는 현상을 말한다. 2012년 영국 하트퍼드셔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레지나 발켄버그(Regina Valkenborgh)는 고전적 기술을 이용한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맥주캔에 인화지를 장착해 핀홀 카메라로 이 대학이 자랑하는 교육 천문대인 베이포드버리 천문대(Bayfordbury Observatory)에 비치된 망원경 중 하나에 설치했다. 그리고나서 맥주캔 핀홀 카메라를 설치한 것 자체를 잊어버렸다고 한다.
이 맥주캔 핀홀 카메라가 다시 발견된 건 촬영이 시작된지 무려 8년 1개월이 지난 2020년 9월. 천문대 수석 기술 책임자인 데이비드 캠벨이 분실된 맥주캔을 발견한 게 계기였다. 8년 1개월 방치된 맥주캔 핀홀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겹겹이 둘러싸인 선은 2,953일에 걸친 태양 궤적이다. 사진 왼쪽에 찍혀 있는 건 베이포드베리 천문대 돔, 오른쪽에 찍힌 건 촬영 도중 건설된 대기 과학 시설이다.
지금까지 기록된 가장 노출이 오래된 사진은 독일 작가 마이클 웨슬리(Michael Wesely)가 촬영한 4년 8개월이다. 이번 사진은 이 기록을 크게 넘어선 것. 2020년 시점에서 사진 기술자로 바넷앤사우스게이트대학에서 근무 중인 발켄버그는 이전에 같은 수법으로 촬영을 할 때는 인화지에 말려 버리거나 습기로 엉망이 되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긴 노출시간 촬영을 의도하지 않았지만 놀랍게도 사진이 살아 있었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