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화학회가 지난 9월 초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청바지를 세탁할 때 마이크로파이버(microfiber. 극세사)와 마이크로플라스틱이 환경 중에 방출되는 등 미세한 섬유여서 하수처리장 필터에 걸리지 않고 통과해버리는 탓에 수로로 흘러들어 해양 생물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연구팀이 조사에 나선 계기는 캐나다 북극 군도와 오대호에서 이뤄진 마이크로플라스틱 샘플 채취 때문이었다고 한다. 연구팀은 이상하게도 샘플에서 파란색 섬유를 발견했고 혹시 이 파란색 섬유가 청바지 같은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청바지가 어떤 마이크로 섬유를 포함하고 있는지 식별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화학 분석과 현미경 분석을 통해 특정 섬유가 어떻게 보이는지, 또 어떻게 다른 의류 마이크로파이어와 구별할 수 있는지 확인했다.
청바지와 다른 옷 마이크로파이버 구분법을 이용해 온타리오 호수로 흘러든 수로를 조사한 결과 평균 1리터 폐수에서 22개 섬유가 검출됐다. 섬유가 어떻게 수로에 흐르는지 확인하기 위해 청바지를 세탁하는 실험도 진행했다. 그 결과 청바지 1벌을 세탁하면 평균 5만 6,000개 섬유를 방출하는 걸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이는 재킷을 세탁할 때 방출되는 섬유량보다 10배에 달한다.
청바지 섬유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도착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연구팀은 토론토 교외 얕은 호수, 오대호, 캐나다 북극 군도에서 채취한 퇴적물 샘플도 검사했다. 그 결과 모든 장소 수역에서 청바지 섬유를 찾았다고 한다. 청바지 섬유 중 마이크로파이버 비중은 오대호에서 23%, 교외 호수에선 12%, 캐나다 북극 군도에서 20%를 차지하고 있었다고.
가장 큰 우려는 마이크로파이버가 해양 먹이사슬에 침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정적 조사에선 이상하게도 물고기가 청바지 섬유를 먹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이 오대호에서 잡은 송어 소화관을 조사한 결과 65%에서 마이크로파이버가 발견됐는데 근처 퇴적물에 청바지 섬유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음에도 발견된 건 단 한 마리뿐이었다고 한다.
이유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물고기가 먹지 않았다고 해서 청바지 마이크로파이버 오염에 문제가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먹는 것 외에 마이크로파이버가 동물에게 다른 해를 입힐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 플라스틱에 대한 노출로 인해 소라게 인지 기능에 혼란이 와 껍질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현재 청바지 마이크로파이버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유해 화학 물질을 바다까지 옮겨 오염시키는 역할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팀은 물론 청바지 외에도 아크릴과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에서 대량 마이크로파이버를 발견했다. 모든 의류가 마이크로파이버 투성이인 셈이다. 지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여부에 대해선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일상에서 평범한 행동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는 건 분명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