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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컴퓨터로 조사했더니…코로나19 증상 원인은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연구팀이 슈퍼컴퓨터 서밋(Summit)을 이용해 유전자 분석을 통해 코로나19가 인체에 치명적 타격을 주는 메커니즘을 새롭게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코로나19에 대해 IBM,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이 모여 미국 슈퍼컴퓨팅 자원을 지원하고 각사가 보유한 시설이나 장비로 연구에 도움을 주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IBM 파워9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밋도 코로나19 연구에 투입된 슈퍼컴퓨터 중 하나다. 서밋을 보유한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 연구팀은 1만 7,000명이 제공한 4만 건 이상 유전자 데이터를 서밋으로 분석해 유전자 배열과 코로나19 증상간 관계를 조사했다.

초당 20경회에 이르는 계산이 가능한 서밋도 25억조에 달하는 유전자 조합을 검증하는데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서밋을 이용한 분석 결과 환자 폐포(alveolus) 세포는 브라디키닌(bradykinin)이라는 물질에 관련된 유전자가 과잉 발현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또 코로나19 환자 유전자는 브라디키닌 작용을 억제하는 ACE(angiotensin-converting enzyme) 발현이 적다는 사실도 발견했다고 한다.

브라디키닌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강하시키는 작용을 하는 물질. 하지만 과도하면 혈관 투과성이 증가하고 체액이 혈관에서 누출되기 쉽다. 코로나19 환자는 폐에 체액이 묻어 나왔다. 염증과 호흡 곤란 원인이 되거나 발가락 등에 물집과 동상을 닮은 코로나 발가락(COVID toe)이라는 피부 증상이 발생하는 건 알려졌지만 이들은 과도한 브라디키닌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브라디키닌 뿐 아니라 근육통과 피로, 메스꺼움, 구토, 설사, 두통, 인지 기능 저하 등 코로나19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증상을 설명할 수 있다. 또 이런 증상은 이미 브라디키닌이 원인이라는 걸 알고 있는 유전성 혈관 부종 증상과도 일치한다. 지금까지 연구에선 코로나19는 면역 과잉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코로나19 중증화와 관련이 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에선 브라디키닌 폭풍이 코로나19 증상 원인이 되고 있다는 브라디키닌 가설이 새롭게 나온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메커니즘에 작용하는 기존 약물 치료는 적어도 10종이 있다고 한다. 논문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브라디키닌 생산을 줄일 의약품 등을 중심으로 예방과 치료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세계보건기구 WHO가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저렴하고 접근 가능한 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전부터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유효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2020년 3월 연구에선 급성호흡곤란증후군 ARDS를 일으킨 코로나19 환자 생존율이 스테로이드 투여에 의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

또 옥스퍼드대학 연구팀이 실시한 대규모 임상 시험에선 덱사메타손(Dexamethasone)이라는 스테로이드가 코로나19 중증 환자 사망률을 크게 저하시키는 걸 발견했다. 스테로이드는 코로나19를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환자 면역 활동을 억제하고 염증을 방지하고 ARDS 등에 의한 치며적 상태에서 회복시켜준다고 한다.

WHO는 2월 26∼6월 9일까지 12개국에서 실시한 7곳 임상시험 결과를 메타 분석해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 내 스테로이드 효과를 조사했다. 이번 분석에는 코로나19 환자 1,703명이 포함되어 있으며 환자 연령 중앙값은 60세, 이 중 여성은 29%인 488명이었다.

임상 시험 대상이 된 환자는 대부분이 인공호흡기를 필요로 하는 상태이며 랜덤으로 스테로이드 치료와 기존 치료를 할당했다. 전체 중 678명이 스테로이드 치료를, 나머지 1,025명은 기존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이뤄지고 28일까지 기존 치료를 받은 환자 중 41%는 사망했지만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 사망률은 33% 정도였다. 투여된 스테로이드 종류나 양, 환자 상태에 관계없이 스테로이드에 의한 생존율 증가는 지속적으로 확인됐고 일반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23%였던 반면 스테로이드 치료 환자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은 18%에 불과했다.

스테로이드 투여가 심한 코로나19 환자 사망률을 감소시킨다는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WHO는 9월 2일(현지시간) 새로운 코로나19 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은 스테로이드를 중증 코로나19에 대한 표준 치료로 권장하고 있다.

WHO는 중증 코로나19 환자는 7∼10일에 걸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반면 경증 환자는 스테로이드를 투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무차별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코로나19 환자 치료가 이뤄지면 전 세계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가장 필요로 하는 환자가 치료를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로이드가 심한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유효하다고 WHO가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전부터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스테로이드는 널리 사용되어 왔다. 지난 6월 임상시험 결과 발표된 중증 코로나19 환자 치료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스테로이드의 이점은 크지만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스테로이드 효과에선 알 수 없는 점도 남아 있다. 개별 환자에게 스테로이드를 처방해야 할 정확한 시기와 모든 형태 ARDS에 대해 스테로이드가 유효한 것인지 여부는 앞으로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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