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통째로 현실감 있게 재현한 게임인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Microsoft Flight Simulator)에 원래 데이터를 잘못 입력해 존재하지 않는 지상 212층짜리 초고층 타워가 호주에 출현한다고 한다. 게이머가 붙인 애칭은 멜버른 요새. 가상 관광 명소가 수정되기 전에 옥상에 착륙을 도전하는 무모한 파일럿이 모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마이크로소프트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8월 18일(현지시간) 출시된 게임으로 1982년부터 계속 이어온 장수 시리즈이기도 하다. 14년 만에 선보인 신작으로 가장 큰 특징은 마이크로소프트 빙(Bing) 지도와 항공사진, 위성사진, 거리 3D 스캔 등 방대한 데이터를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에 의해 AI로 처리해 지구 전체를 현실감 있게 재현했다는 것이다.
설치 요구 용량만 해도 100GB가 넘는 데다 실제 비행할 때 클라우드에서 2페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 중 자세한 지형을 스트리밍해 건물이나 지형을 더 자세하게 재현한다. 이런 현실에 가까운 지구를 재현한 게임이지만 호주 멜버른 근교에선 부자연스러운 초고층 빌딩을 만나게 된다.
현실에선 멜버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지상 92층짜리 300m 유레카 타워. 하지만 교외 주택지에 홀연히 나타난 수수께끼 같은 검은 빌딩의 높이는 700m가 넘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두바이 부르즈할리파가 800m 이상이지만 이는 안테나와 첨탑 부분을 포함한 수치인 만큼 높이로는 상당하다. 가상 멜버른에 나타난 이 빌딩은 거대한 하부 구조 없이 동일한 구조로 이어져 있어 더 초현실적으로 보인다. 애칭인 멜버른 요새는 게임 하프라이프2에서 2차원 생물이 지구에 건축한 초거대요새에서 따온 것이다.
이 빌딩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게임 데이터 소스 중 하나인 오픈스트리트맵(OpenStreetMap)에선 해당 위치에 212층 빌딩이 일반 주택으로 한때 등록되어 있었다. 2층을 잘못 타이핑해 212로 되어 버린 실수로 보이며 오픈스트리트맵 오류는 이미 수정됐지만 마이크로소프트 빙 지도 내에선 데이터가 남아 항공 사진 데이터 등을 합성해 복합적으로 생성하는 AI 알고리즘이 212층 빌딩을 재현해낸 것으로 보인다.
멜버른 요새는 고정밀 지구 재현이라는 원래 취지에는 맞지 않아 조만간 삭제된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게이머마다 멜버른 요새가 사라지기 전에 기념 비행을 하려고 몰리다 보니 관광 명소가 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