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유역은 토양 내 양분이 적은 척박한 땅이고 농업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테라프레타(terra preta)라고 불리는 일부 토지는 촉촉한 검고 풍부한 토양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테라프레타는 농업에 종사한 고대인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브라질 마투그로수주립대학과 영국 엑서터대학 연구팀은 테라프레타가 농업에 적합할 뿐 아니라 아마존 유역 생물 다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토양이 척박한 아마존강 유역에선 숲을 개간하고 강한 햇볕이나 호우에 노출되면 영양분이 손실될 현대 화학비료를 이용해도 풍부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아마존강 유역에선 화전농업 같은 비지속 가능한 농업은 할 수 있지만 대규모로 지속 가능한 농업을 실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네덜란드 토양학자 빔 솜브로크가 1950년대 아마존 유역을 조사한 결과 일부 지역은 놀라울 만큼 풍부한 토양이 존재하는 걸 발견한다. 촉촉한 검은 흙으로 이뤄진 이 토양을 테라프레타라고 명명한다. 테라프레타의 기원은 자연발생적으로 태어난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지만 주로 취락 유적에서 발견된 점, 도자기 조각이나 동물 등 뼈나 인간 배설물 같은 게 토양에 쌓여 있던 점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판명하고 있다.
테라프레타는 1개 구획이 평균 20헥타르 가량으로 부근 토양에 부족한 질소나 인, 칼슘, 아연, 망간 등 영양소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다양한 유기물 뿐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높은 농도의 숯을 포함하고 있는 게 특징이며 토양에 포함된 숯과 높은 수준 미생물 활동에 의해 영양소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테라프레타는 기원전 450년부터 기원후 950년까지 아마존 유역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 원주민 인구를 지탱해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유럽인이 남미에 진출하면서 원주민 인구가 전염병 등으로 크게 감소했고 생활양식도 변화하면서 수많은 테라프레타를 포기하게 됐다.
그럼에도 테라프레타는 버려진 뒤 수백년 동안 풍요로움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도 테라프레타 토양을 이용한 밭에선 인접한 다른 밭보다 다양한 종류 작물을 재배, 수확할 수 있다. 또 일반 곡물 수확량도 꽤 많은 데다 강한 햇볕이나 비에 노출되어도 좀처럼 토양이 척박해지지 않는다.
버려진 테라프레타는 아마존 유역 식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연구팀은 아마존 동부 타파조스강, 싱구강 유역 토양의 풍요로움과 식물 샘플 측정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테라프레타 토양이 다른 토양보다 훨씬 풍부하다는 걸 다시 확인했을 뿐 아니라 다른 토양과는 다른 식물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테라프레타 주변 숲에 다른 종류 식물이 존재하고 더 크게 성장하는 지역이 있다며 단순히 생장하는 식물 종류가 다를 뿐 아니라 테라프레타에선 식용 식물이 많은 경향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테라프레타 지역에서도 원주민이 경작을 다시 시작하기도 하지만 아직도 열대 우림 속에 묻혀 생물 다양성에 기여하는 테라프레타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불법 삼림 벌채와 산불로 인해 1000년 이상 유지되어 온 소중한 테라프레타 손실도 우려되고 있다. 연구팀은 테라프레타는 일종의 풍요로움을 증가시키고 지역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