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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로 비침습 발굴한 고대 로마 도시

로마에서 50km 북쪽에 위치한 고대 로마 도시인 팔레리 노비(Falerii Novi)를 통째로 지중 레이더로 탐사하고 초보 수준 지도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초보 수준이라는 건 아직 280억 개에 달하는 데이터 포인트를 모두 분석하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라고.

지중 데이더는 전파를 지상에 발사해 내부 반사파를 측정해 매설물과 지하 구조를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팔레리 노비 전역을 탐사한 결과 건물과 기념비 등 구조물은 물론 통로와 상수도 시스템 파이프까지 2,000년 시간을 거슬러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건축 디테일이 드러나면서 다른 고대 로마 유적에서 볼 수 없던 독특한 특징도 발견되는 동시에 팔레리 노비가 시대가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해나갔는지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게 됐다. 마치 한 시대를 하나씩 떼어가는 것처럼 타임머신으로 조금씩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비침습 발굴을 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영국 고고학 학술지 앤티퀴티(Antiquity)에 발표됐다. 팔레리 노비는 로마 제국에 있던 2,000개에 달하는 도시 가운데 하나다. 존재 자체는 옛날부터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고문서에 처음 등장하는 건 기원전 241년경으로 중세까지 로마 지배 하에 있었지만 700년경에 버려졌다.

이번 조사에선 트랙터를 닮은 전천후 차량에 레이더 장비를 탑재해 진행했다. 유적 면적은 30헥타르로 현장을 12.5cm마다 측정을 거듭해나가면서 데이터 포인트 280억 개를 담은 것이다. 팔레리 노비 표면에는 숲과 새로운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지중 레이더 기술을 시도해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은 이탈리아 법률로 보호되고 있었기 때문이지만 유적 발굴도 금지되어 있었다.

비침습 발굴에 맞는 장소이기도 했던 것. 모든 유적의 흙을 파서 발굴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 실제로 유명한 폼페이 유적은 발굴하는 데에만 200년이 걸리기도 했다.

지중 데이터로 조사한 결과 팔레리 노비에는 목욕탕과 시장, 노천극장이나 번화가 외에도 변두리에는 사원, 고대 로마 특유의 큰 마당, 아트리움 주거 등이 발견됐다. 마을 북쪽에는 대규모 기념비가 발견됐는데 두 구조물이 서로 마주 보는 양식은 다른 어느 고대 로마 유적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 중요성 중 하나는 팔레리 노비가 얼마나 평범한 마을이었는지라면서 고대 로마 시대 평범했던 마을에 이만큼 치밀한 건축 양식이 존재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또 평범하면서도 다른 고대 로마 도시와 견주면 비전통적으로 설계한 것도 흥미롭다. 이곳에는 신성한 장소가 산재해 있다. 이번 조사에선 성문에 인접한 장소에 큰 건물 흔적이 발견됐다. 이런 신성한 장소가 어떻게 기능했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번 조사 결과는 고대 로마에서 통일된 도시 계획 등이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개념 하에 다양한 도시 계획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아직 초보 단계다. 앞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일부는 컴퓨터로 자동화할 예정이다. 데이터 분석이 진행되면 더 새로운 발견이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유적 조사 방법으로 지중 레이더 기술의 의미를 개념 증명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땅속에 숨겨진 고대 도시를 돌멩이 하나 움직이지 않은 채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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