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환경에 적응해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를 거듭해왔다. 물론 일설에선 인류의 진화는 이미 멈춰 섰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3가지 면에서 인류가 아직 진화 중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에 따르면 첫째는 평균 체온 저하. 1868년 독일 의사가 화씨 98.6도 그러니까 섭씨 37도를 인간의 정상 체온 기준으로 삼았다. 이후 평균 체온은 섭씨 37도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고 체온이 37도 이상이면 열이 현저하게 떨어져 저체온증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2020년 1월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평균 체온은 섭씨 37도보다 낮은 화씨 97.9도, 섭씨 36.6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시사됐다. 또 연구팀이 체온 측정을 포함해 과거 200년간 의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평균 체온은 10년마다 0.05도씩 내려간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진행한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평균 체온 저하에 대해 세계적인 염증 감소와 생활수준 향상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19세기 흔히 볼 수 있는 감염 대부분은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사람의 대사율과 체내 온도를 상승시켰다고 밝히고 있다. 시대가 바뀌면서 감염이 감소하면서 그 변화가 체온에 반영된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다.
또 에어컨 등 공조 설비 등장으로 실내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게 된 것도 인간의 평균 체온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건강한 생활이 평균 체온 저하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높지만 평균 체온 저하가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킬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둘째는 유전자 변이. 유전자 변화를 뒷받침하는 연구로는 2016년 FADS2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FADS2 유전자는 고기와 식물 등 음식을 얼마나 섭취했는지에 따라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 푸네에선 여러 세대에 걸쳐 채식을 계속 하면서 FADS2 유전자 변이 빈도가 높다는 게 밝혀졌다. 이 돌연변이에 의해 ω-3 지방산과 ω-6 지방산을 뇌의 건강에 필수적인 성분으로 변환하는 걸 허용했다고 한다.
동싱에 유당불내증 관련 유전자도 변화하고 있다. 수천 년 전까지는 우유를 마셔도 질병을 방지하는 효소는 아이 밖에 없었고 성인이 되면 사라졌다. 하지만 2000∼2만 년 전 사이 일어난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사람들은 유제품에 내성을 가진 채 어른이 될 수 있었다. 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에선 3,000년 전 유당불내증과 관련한 유전자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소를 기르는 게 인간의 삶 대부분을 차지한 게 원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유목민에서 농업, 다시 산업 종사자로 인간의 생활이 변천하면서 유전자 변이가 촉진되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예로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것과 결핵에 대한 내성 개선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2010년 발표된 것. 결핵 내성 관련 유전자 진화는 지난 8,000년 사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한 런던대학 연구팀은 인류에게 현대는 기회 감염으로 질병 위협에 노출되어 있지만 1만년 전 인류는 다양한 질변에 적응하고 진화했다면서 병원체에 대한 저항 대부분은 유전적인 것이므로 자연 선택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인간 사회가 도시에 거주하는 스타일로 변화하면서 인류를 위협하는 질병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은 뼈다. 인류의 뼈는 1만년 전 조상에 비해 약해지고 밀도도 낮다고 한다. 2015년 연구에선 인류의 뼈가 약해지기 시작한 건 1만 2,000년 전 사람들이 농업을 시작했을 무렵으로 추정하고 있다. 농업 정착을 통해 사냥을 줄이고 가축 사육 등 정착을 하면서 무겁고 내구성이 높은 뼈가 필요 없어져 골격은 가벼워지고 약해진 것으로 추정하는 것이다.
2014년 연구에서도 농업 정착 이후 인류의 뼈가 약해진 것으로 결론을 내고 있다. 이 연구에선 신체 활동 저하가 뼈 강도를 저하시킨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또 정착해 인간의 이동이 적어진 것도 뼈 강도 저하 원인이라고 말한다. 신체 활용 저하에 의한 뼈 약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연구를 진행한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은 원래 인간의 뼈는 오랑우탄과 같은 정도 힘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었지만 인류의 뼈가 다시 강하게 진화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과학자 중에선 인간 스스로의 발명에 의해 진화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다는 가설을 세우기도 한다. 물론 비약적 진화가 일어날지 여부에 관계없이 확실한 건 생물학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