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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인류, 폭발 직후 화산 보러 갔다?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북부에 위치한 로카몬피나(Roccamonfina) 화산 근처에는 악마의 발자국(Ciampate del Diavolo)이라는 화쇄류 퇴적층에 남은 발자국 화석이 존재한다. 이 발자국을 자세하게 분석한 결과 일부 발자국은 분화한 화산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분화 직후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카몬피나 화산은 65만년 전부터 5만년 전까지 활동하던 화산. 지금은 사화산으로 분류되어 있다. 로카몬피나 화산이 분화했을 때 화쇄류 퇴적층에 남겨진 발자국이 바로 악마의 발자국이다.

21세기 들어 악마의 발자국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암석층 연대 측정에 의해 악마의 발자국은 35만년 전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아프리카를 빼면 영국 헤이즈버러 발자국 유적에 이어 가장 오래된 인류의 발자국 화석이라고 한다.

이탈리아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조사에 의해 발견한 발자국 총수는 81개로 늘었다. 발자국이 있는 곳은 대략 3개 지점으로 나뉜다. 이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발자국은 적어도 5명에 의한 것이며 이 중 1명은 성인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또 어떤 발자국은 초당 1m 속도로 남겨진 것으로 서두르던 아니며 분화에 의해 황급하게 산을 본 건 아니다. 또 일부 발자국은 정상을 향해 오른 것으로 판명되어 고대 인류가 폭발 후 분화구 모습을 보려고 산에 올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고대 인류가 산에 오른 건 분화 몇 시간 경과 후 화쇄류 퇴적층이 섭씨 50도 정도로 식었을 때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종종 유해가스 구름과 화산재를 분출하는 산 근처에 사는 지역 사회를 상상해볼 수 있다면서 재해관광이 최근 시작된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밝히고 있다. 또 현재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화석이 31만 5,000년 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5만년 전 화산 폭발로 남겨진 악마의 발자국은 현생인류 이외의 인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악마의 발자국에 기록된 발 모양은 스페인 북부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Sima de los Huesos) 유적에서 발견된 43만년 전 개체와 비슷하다고 한다.

시마 데 로스 우에소스 유적에서 발견된 개체종은 호모 헤이델베르겐시스(Homo heidelbergensis), 데니소바인(Denisova hominin), 네안데르탈인 등 다양한 설이 있다. 연구팀은 특정 종에 귀속시키는 걸 보류하기로 했다면서 발자국 주인이 어떤 종 인류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