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술지에선 게재 예정인 논문을 다른 과학자가 확인, 심사하는 동료 검토(peer review)라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논문이 얼마나 품질과 정확성을 유지하느냐는 심사자의 심사에 힘입은 바가 많다고 하지만 과학 작가 크리스티 윌콕스는 심사자 중 악의적 심사 댓글을 쓰기도 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생물학자인 니사 실비거(Nyssa J. Silbiger)와 앰버 스터블러(Amber Stubler)는 한 과학잡지(PeerJ)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문제가 있는 심사로 STEM 분야에서 활약 중인 과학자의 생산성과 경력을 해치는 일이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들은 14개 분야에서 활약 중인 과학자 1,106명에게 익명 설문 조사를 실시해 과거 받은 적이 있는 동료 검토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전체 중 58%인 642명이 문외한인 과학자에 의해 심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이런 심사를 받은 사람 중 절반 이상이 여러 차례에 걸쳐 문제가 있는 심사 의견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연구팀은 문제가 있는 심사 댓글이 종종 인신공격으로 일관하고 건설적 내용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설문 조사에 협력한 과학자는 심사자에게 심사 코멘트를 작성할 때 돼지 목의 진주목걸이나 빌어먹을 헛로리라는 단어를 쓰지 않도록 하느라 고생했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다른 과학자는 저자의 성을 보고 스페인 사람으로 생각되고 서투른 영어로 쓰여 있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식의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는 심사 의견을 받은 과학자 중 백인 남성 과학자 대부분은 별다른 영향이 없없다고 밝혔다. 반면 여성이나 유색 인종 과학자는 비전문적인 심사를 해 자기 의심 감정을 선동하고 과학적 생산성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았다고 답했다. 또 유색인종 과학자 대부분은 문제가 있는 리뷰어가 자신의 경력 상승을 늦추고 있다고 느꼈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모든 국적 모든 성별 과학자가 한결 같이 문제가 있는 심사 의견을 받고 있지만 영향이 일률적인 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한 심리학자는 기본적으로 여성과 유색인종은 지성과 과학적 사고가 결여되어 있다는 고정 관념에 노출되어 있어 고정 관념을 강화하는 심사 의견을 받으면 이게 아무리 부정확한 내용이라도 심리적 고통에 시달린다면서 그 결과 자기 의심이나 성능 저하, 경력 상승 지연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심사 문제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한 과학자는 문제가 있는 심사는 왕따의 또 다른 형태라며 심사 의견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심사 댓글이 아니니 심사자 정보를 공개해 심사를 익명 처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반대로 신원을 밝히면 비판에 불만을 품고 보복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심사자 공개보다는 심사에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을 도입하면 어떠냐는 제안을 한다. 논문 저자도 심사자도 서로를 모르는 이 방법으로 심사를 실시하면 심사가 논문 저자 특성에 영향을 받는 것도, 보복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