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랭커스터대학 연구팀은 레고 블록이 값비싼 재료를 대체하는 저렴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봤다. 블록을 4단으로 쌓아 희석, 냉동기에 넣었다. 이 장치는 헬륨 동위원소 2개를 혼합하는 열 흡수 과정을 통해 초저온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4단을 쌓은 블록 바닥을 방사성 동위원소가 혼합 냉각 챔버에 장착, 블록 표면에는 작은 히터와 온도계를 뒀다.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이 실험에선 블록은 진공인 우주보다 저온인 70밀리에서 1.8켈빈 온도 환경에 노출된 것이라고 한다. 참고로 켈빈값은 제로이고 이는 물질이 열을 갖지 않는 온도에서 섭씨 -273.15도 또는 화씨 -459.67도와 같은 것이다.
블록 정상 부분을 가열해도 하단 블록 온도에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고 한다. 또 거듭한 블록의 열 특성을 계산한 뒤 연구팀은 이런 낮은 온도에서도 레고는 효과적인 단열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레고는 시장에 나온 비싼 플라스틱보다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고 밝히고 있다.
연구팀은 레고 블록의 낮은 열전도율은 블록을 끼워넣는 구조와 재료인 아크릴로 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 ABS 수지가 갖는 열전도성을 합친 결과로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끼우는 블록끼리 합체해 블록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공간이 형성되어 열 이동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레고 같은 소재를 양자컴퓨터에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매우 낮은 온도에서 작업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 같은 기술은 천천히 열을 전하는 게 유용한 부품이 될 수 있다. 물론 산업용 플라스틱으로도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대량으로 사용한다면 가격이 올라간다.
양자컴퓨팅은 아직 새로운 기술이지만 주목받는 건 잠재적 문제를 일반 컴퓨터보다 더 빨리 해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IBM이나 구글 등이 개발하는 양자컴퓨터는 모두 극단적인 저온 속에서만 작동한다. 장치 구성 부품이나 환경에서 나오는 불필요한 열은 양자의 움직임을 손상시킬 수 있다. 레고 같은 색다른 소재가 양자컴퓨터에 이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팀은 양자컴퓨터 구조에 레고를 통합하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신 레고 같은 진공 ABS 복합 소재가 미래 초저온 기술에 대한 유용한 구조 부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BS 수지는 이미 3D 프린터에서 인기 높은 소재이며 다른 산업용 플라스틱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를 감안하면 미래 장치는 특정 기술을 위해 ABS로 특별하게 만든 부품을 통합할 가능성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