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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중력 상태, 암 진행 억제할 가능성 있다?

우주공간 생활은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장기간 무중력 상태에서 생활을 하면 뼈와 근육이 쇠약해지고 장기 기능 저하, 시력 저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우주 같은 무중력 상태에선 암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시드니공과대학 연구팀은 2020년 우주정거장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시드니공과대학에서 생물의학 강사인 조슈아 최(Joshua Choi)는 2014년부터 우주 같은 미세 중력 상태가 인체에 미치는 세포 수준의 의학적 영향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는 몇 년 전 친구가 암 진단을 받자 문득 스티븐 호킹 박사와의 대화를 떠올리고 암 세포를 중력에서 해방시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암은 본질적으로 세포의 질병이다.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기본적으론 제어 불능이 된 암세포가 증식과 분열을 반복해 신체 조직에 침입하거나 전이해 치명적 증상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에선 암세포가 유방 조직에 침입하고 폐암은 폐 조직에 침투하는 것이다.

암세포는 여러 암세포가 모여 고형 종양을 형성해 신체 조직에 침투하지만 이는 암세포끼리 서로를 어떤 방법으로 감지해 모여 종양으로 성장하는 방법이 있다는 걸 시사하고 있다. 이 점에서 생물의학 연구자들은 암세포가 서로를 감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계적인 힘에 의한 것이며 이 시스템은 중력이 있는 상태에서 작동하도록 진화했다고 이해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이유로 중력 부족은 암 진행을 억제시키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조슈아 최는 하버드대학 근무 시절 골다공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선 연구 일부를 국제우주정거장에서 했고 그는 다른 질병 연구 뿐 아니라 암 치료도 우주 환경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연구팀은 이미 실내에서 암세포에 대한 미세중력 상태 영향에 대한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티슈 상자 크기 컨테이너에 작은 원심분리기를 설치한 장치를 만들고 암세포를 원심분리기 포드에 넣고 미소 중력 상태를 만든 것이다.

연구팀은 난소와 유방, 코, 폐 등 4종류 암세포를 미세중력 상태에 둔 결과 무려 80∼90% 암세포가 무력화됐다고 밝히고 있다. 무력화된 암세포는 다른 암세포로 모이는 게 아니다.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도 암세포 대부분을 무력화하고 종양 성장을 막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2020년 초 시작할 다음 단계에선 특수 설계한 실험 모듈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 우주비행사의 협력을 얻어 무중력 하에서 실험을 실시한다. 연구팀은 7일 실험 기간 중 우주에서 전송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상에서 실험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실험이 끝난 뒤 지상으로 돌려보내 암세포는 동결하고 실험 모듈을 회수해 실험실에서 분석에 들어간다. 국제우주정거장 실험 결과는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재현한 것과 일치한다면 암세포가 서로를 감지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개발될 기술은 어디까지나 암세포를 죽이는 게 아니라 기존 치료법과 함께 보완될 전망이다. 약물이나 화학요법과 결합해 인체 암세포 증식과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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