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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로켓 잔해와 생활하는 사람들

러시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Baikonur Cosmodrome)는 인류 첫 인공위성 발사를 성공시킨 스푸트니크1호(Спутник-1)와 인류 첫 유인 우주비행을 실현한 보스토크1호(Восток-1)를 우주로 보낸 로켓 발사 기지다. 하지만 이런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놀라운 성공 뒤에는 위험과 함께 생활을 강요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

1955년 이전 구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에 건설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소련 붕괴 이후 토지 임대 형태로 러시아 관할 하에 있다. 가장 오래된 로켓 발사 기지 중 하나이기도 한 이곳은 건설 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구 소련과 러시아에 의해 다양한 우주 개발 사업이 이뤄졌다.

로켓 발사를 무선 제어하기 위해 광활한 평야를 필요로 한 당시 무선 기술 제약 탓에 수많은 역사적 위업의 무대로 선정된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발사된 로켓에서 분리된 연료탱크 등을 카자흐스탄에 있는 알타이 지방 평원에 사는 사람들 머리 위에 쏟아 버린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 동부에 위치한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날아오른 로켓 부품은 태평양에 낙하해 인적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는 유라시아 대륙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어 발사된 로켓 부품은 모두 육지에 떨어진다.

물론 로켓 부품이 떨어지는 지역은 발사 24시간 전에 통보가 이뤄지고 출입 금지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2008년에는 4.5m짜리 로켓 부품이 민가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1년에는 로켓 연료를 가득 실은 소유즈 로켓이 예상하지 못한 장소에 추락했다. 추락 지점에서 100km 떨어진 민가 유리창이 깨지는 대폭발이 발생하는 등 알타이 지방 평원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사고와 함께 하는 생활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

로켓이 미치는 영향은 추락에 의한 직접적 피해에 그치지 않는다. 로켓에서 분리된 연료 탱크에 유해한 로켓 연료가 대량으로 남는다. 더구나 러시아와 중국이 발사 로켓에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nsymmetrical dimethylhydrazine) 같은 독성이 높은 연료를 이용한다. 이런 독성물질은 환경오염을 통해 꾸준히 현지인의 건강을 침식하고 있다. 실제로 오염 지역 거주자의 내분비계와 혈액 질환은 인근 지역 주민보다 2배 이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또 일부 마을에서 태어나는 거의 모든 아기는 간 손상으로 인한 황달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건강 피해는 인근 화학 공장 영향으로 알려져 있어 로켓 연료가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은 간과 중추 신경계에 높은 독성이 갖고 있는 게 확인된 만큼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이런 로켓 잔해는 현지인 생활의 일부가 된 측면도 있다. 알타이 지방에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활을 대부분 하고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로켓 잔해를 수거해 주택을 건축하고 농기구 재료로 하는 등 생활을 한다. 이 지역 방문자 중 일부는 우주 개발 사업 로고가 들어간 금속 축사와 로켓 잔해로 이뤄진 어린이용 기구, 썰매 같은 걸 봤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역 거주자는 토지를 이용한 농업을 영위하며 생계를 이어가 환경오염 영향을 직접 받게 된다.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문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부유한 국가가 로켓을 발사하고 우주 탐사에 나서는 한편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사람들은 로켓 잔해에 묻혀서 생활하는 이면을 보여준다. 과학 발전 뒤에서 희생당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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