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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댐 1천개 이상 철거한 이유

미국에선 1999∼2019년까지 20년간 크고 작은 댐 1,200개 가까이 철거됐다. 댐은 하천 범람으로 인한 홍수로부터 사람을 지키거나 함께 건설하는 수력발전소로 이산화탄소나 유해물질을 내지 않는 청정에너지를 만드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댐이 철거되는 이유는 뭘까.

한때 미국 메인주에 흐르는 케네벡강에는 1837년 건설된 유서 깊은 에드워즈댐이 있었지만 1999년 7월 1일 철거됐다. 철거 당일 케네벡강에는 지역 주민과 메인주 주지사 뿐 아니라 정부 요인까지 관람객 1,000명이 몰려 기계가 댐을 파괴하고 강에 물이 넘치는 모습을 지켜봤다.

에드워즈댐 철거가 결정되기까지 평탄한 건 아니었다. 철거 계획이 불거진 1989년 당시 댐 소유자인 현지기업인 에드워즈매뉴팩처링은 때마침 수력 발전 시설 발전량을 3배로 올리는 확장 공사를 예정하고 있어 철거 계획에 거세게 반발했다. 하천 복구 운동 단체(American Rivers)와 어업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케네벡연합과 에드워즈매뉴팩처링, 공동 권리자인 지역 시 당국 협상은 난항이었고 합의에 이르기까지 5년 이상 세월이 걸렸다.

사실 철거 비용이 높은 건 물론 강변이 침식되거나 하류 지역 홍수가 증가할 위험도 있었던 만큼 댐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뿌리 깊게 존재했다. 지역 주민 중에서도 160년에 걸쳐 지역 산업 지원 인프라 역할을 했고 도시 경관 일부로 사랑을 받아온 댐 철거 계획에 복잡한 생각이 교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에드워즈댐 철거를 결행한 건 케네벡강 생태계를 되찾고 싶다는 하천 복구 운동가나 관계자의 강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댐 건설 이전 오거스타시에선 매시즌마다 500마리에 달하는 연어가 잡혔다. 하지만 공사 후 1850년에는 5마리까지 줄어드는 등 사실상 오거스타시의 어업은 사라졌다. 케네벡강 하류에서도 연간 145톤 철갑상어 어획량을 기록했지만 1880년에는 5톤까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청어와 줄무늬 농어, 연어, 철갑상어 같은 수많은 물고기를 키우고 수달과 대머리 독수리 등 생태계를 유지해주던 케네벡강은 메인주 경제 발전에 따라 공장 배수 시스템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한다. 1억 달러를 들여 건설한 수처리 시설에 따라 케네벡강 수질은 상당히 개선됐지만 생태계 보고였던 과거 모습을 되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댐 철거와 동시에 바뀌었다. 철거 공사 1년도 지나지 않아 케네벡강에는 철갑상어가 돌아왔고 바다에서 65km 강을 거슬러 온 바다표범이 관찰되기 시작했다. 또 몇 년 안에 케네벡강 수질은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여 대머리 독수리와 수달, 곰 등 동물을 포함한 생태계는 거의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풍부한 물 흐름의 혜택은 물고기가 동물 뿐 아니라 케네벡강 연안 공원과 산책로 등 오거스타 시민을 위한 쉼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 예전에는 쉼터가 되기 어려웠지만 요즘에는 카누와 카약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에드워즈댐 사례는 하천 환경을 회복시키자는 활동의 모델이 되고 있으며 이후 철거된 댐은 1,200개 가깝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댐을 사라지게 하는 건 아니라며 미국 전역에는 여전히 9만 개 이상 댐이 존재하고 있으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댐 철거가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생태계를 되살리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댐을 철거했을 때의 장점은 어떤 경우에는 댐 자체가 제공하는 가치보다 크다는 견해도 있다. 관련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